광주21세기병원 입원 환자 51명… 의료진 치료 필요해 진퇴양난 인근 병원 의사-간호사 합류 자청
광주보훈병원과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 의료진 12명은 20일 0시까지 광주 소방학교에서 수술을 받은 광주21세기병원 환자 31명을 돌보는 이례적인 자원 격리 진료를 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의사 2명은 매일 오전과 오후 출장진료를 하고 있다. 광주21세기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16번, 18번 확진자가 머물러 환자들은 14일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광주보훈병원 제공
소방학교 1, 2층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과 18번이 머물렀던 광주21세기병원 환자들이 5일부터 20일 0시까지 격리돼 있는 공간이다. 의료진은 처음 격리생활을 하는 환자들을 진료하러 갈 때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소방학교에서 격리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걱정을 했다.
광주21세기병원에 입원한 환자 51명은 자택 격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진퇴양난 처지였다. 광주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의료진이 소방학교와 광주21세기병원에서 14일 동안 함께 지내는 방안을 모색했다. 광주시는 각 의료기관에 격리된 환자들을 치료할 정형외과 의사와 간호사가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광주 보훈병원과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 국군의무사령부, 조선대병원이 화답했다.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 간호사 3명도 합류했다. 이렇게 광주지역 의료진 12명은 14일간 소방학교 환자 31명을 돌보는 ‘동행 격리’를 자청했다. 국군의무사령부 군의관 2명과 간호장교 10명 등 의료진 12명은 광주21세기병원에서 환자 20명을 돌보고 있다.
격리된 환자 51명은 수술을 받은 직후여서 의료진의 손길이 절실했다. 격리 첫날 소방학교 격리 환자 31명은 수술 부위를 봉합한 실밥이 있었는데 16일 현재 15명이 실밥을 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신우진 부장은 “열이 나는 환자는 없는데 1인실에 격리돼 혼자 밥을 먹고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며 “각계에서 보내준 과일과 피자, 김밥 등 먹을거리와 각종 생활용품이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평형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격리된 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함께 생활하고 진료하는 것은 국내 첫 사례”라며 “20일 격리조치가 끝나면 의료진에게 포상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진료한 환자 수는 74만 명에 달한다. 호남지역 애국지사와 상이군경회원,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를 비롯해 지역민을 치료하고 있다. 김재휴 광주 보훈병원장은 “공공의료 중심병원으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지역 주민들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