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작 발표 수업 가보니…
김민수 씨(왼쪽)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변환에 대한 발표를 하는 가운데 김정호 교수(오른쪽)가 AI 창작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면서 논쟁을 유도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날 수업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독려하는 김 교수의 요구로 이뤄졌다. 김 씨에게 AI를 활용해 그림을 한번 그려보라고 주문했다가 그 결과가 꽤 괜찮다고 판단되자 아예 발표 수업을 주문했다. 김 씨는 이미지 스타일 변환에 대한 연구 흐름과 관련 논문을 소개했다. CycleGAN은 보다 잘 알려진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처럼 생성자(generator)와 감식자(discriminator)라는 두 개 신경망을 활용한다. 통상 생성자는 위폐범에, 감식자는 위폐감식전문가에 비유된다. 둘이 속이고 잡아내다 보면 실력은 점차 정교해진다. 감식자가 더 이상 진위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성자가 이미지를 구현하면(위조하면) 완벽한 변환이 이뤄진 셈이다.
김 씨는 “원저자가 논문과 코드를 공개한 CycleGAN을 활용해 교수님이 원하는 이미지를 여러 거장들의 화풍으로 변환시켰다”며 “일반인이 엑셀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그 제작원리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잘 이용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누구나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AI에 흥미를 느껴 미국 스탠퍼드대의 이 분야 학습자료를 공부했고 교내에서 인공지능 개론을 수강하기도 했다.
김 씨는 자신의 작업은 아직 창작 수준에는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지만 수업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AI는 창작을 할 수 있나’로 모아졌다. AI의 창작 가능성을 지지하는 김 교수는 “AI와 유전자(DNA), 인간의 창조 방식은 같다. 인간 고유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제로는 진화기간 학습된 것이다. 인공지능도 학습을 통해 미술 음악 문학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에 작가의 자서전과 작가수업 과정을 입력하면 보다 원초적인 차원의 창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며 “예술가들은 이런 걸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말하겠지만 구글 같은 기업이 AI 기술자를 동원하면 당장이라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