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경찰대 소속 유재국 경위… 가양대교서 투신자 수색중 순직 “휴일없이 구조훈련했는데…” 애도, 부인은 임신중… 안타까움 더해
16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유재국 경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날 유 경위는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뉴스1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은 유재국 경위(39·사진)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영정 사진 속 유 경위는 참 앳된 얼굴이었다. 순직 당시 경사였던 그는 16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 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맨 채 물속에 몸을 던졌다. 실종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16일 유 경위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위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경찰 관계자는 “(유 경위) 부인이 임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경위는 2017년 7월부터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소속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나 수영 등을 동료와 후배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지 않고 뭔가를 배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위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 사진 한 장도 없는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위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위가 타고 있었다. 강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게질 정도로 추웠지만 유 경위는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위 같은 경찰 덕에 세상이 그리 절망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위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옮겨와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최우수 실적 수상안전요원으로 꼽혀 서울지방경찰청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16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인에게 옥조 근정훈장과 경찰공로상을 각각 수여했다.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