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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금의환향 “긴 미국 일정 마무리돼서 홀가분… 이제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겠다”

입력 | 2020-02-17 03:00:00


봉준호 감독에 쏠린 눈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오스카 4관왕’ 봉준호 감독이 입국장 앞을 둘러싼 취재진 100여 명과 시민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제 저도 손을 열심히 씻겠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51)이 16일 귀국하면서 국민에게 전한 말은 감사인사만이 아니었다. 그는 최근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스카로 가는 여정과 시상식에서 세계인을 사로잡은 말솜씨 그대로였다.

봉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날 오전 10시 50분(현지 시간) 출발한 대한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머플러를 두른 봉 감독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봉 감독을 기다리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축하드려요!”라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손을 흔들며 인사한 봉 감독은 “작년 5월 칸부터 여러 차례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다. 미국에서 되게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서 이제 조용히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까 박수도 쳐 주셨는데 감사하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계신 국민들께 박수를 쳐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미국에서 뉴스로만 봤다. 이제 저도 손을 열심히 씻으며 코로나 대처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19일 저뿐 아니라 배우, 스태프와 같이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때 아주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인사말을 마쳤다. 소감을 전한 뒤 마스크를 착용한 봉 감독은 약 20명의 경호진에 에워싸인 채 현장을 떠났다. 봉 감독은 12일 먼저 입국한 배우, 제작진과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 봉 감독의 귀국을 지켜보기 위해 약 100명의 취재진을 포함한 많은 시민이 몰려 입국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해외 여행객은 이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패러사이트’의 봉 감독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온 대학생 박우영 씨(24)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 동양인을 꺼린다고 해 걱정했는데, 봉 감독님이 아카데미에서 쾌거를 이루신 덕분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7년 전 결혼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노리타 허(56·여) 씨는 “17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 전체가 이렇게 들뜬 모습은 처음 본다”며 “피자가게 등 영화 배경이 된 곳들이 관광명소가 됐다고 하는데 모두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