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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배터리 소송전 LG화학 손 들어줘

입력 | 2020-02-17 03:00:00

SK이노에 조기패소 예비판결… LG화학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
SK이노 “LG화학은 협력 파트너”… 소송 대신 타협 통해 해결 가능성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현지 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렸다. 양측이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인 총 6건의 소송 중 처음 나온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10개월 동안 계속돼 온 분쟁이 합의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ITC에 배터리 사업의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어 11월에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ITC의 포렌식(디지털 기록 복구) 명령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당시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LG화학의 요청에 찬성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ITC는 LG화학의 요청 내용과 불공정수입조사국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예비결정을 내렸다.

ITC가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다음 달로 예정됐던 양측 변론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오게 된다. ITC는 원고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며 빠른 법적 판단을 요구하면 신뢰성과 타당성 등을 따져 본 뒤 피고에게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다. ITC는 일반적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최종 판결에서도 유지한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결정문이 나오면 검토한 뒤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에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이번 예비결정을 계기로 소송 대신 타협을 통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지난해 9월 첫 회동을 가졌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ITC가 예비결정으로 소송의 방향성을 제시해 상황이 달라졌다. 양측은 ITC의 예비결정 전에도 실무진 간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종 패소가 확정되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배터리 주요 부품·소재를 수입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수 없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에서 총 2조9000억 원을 들여 배터리 1·2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들의 추격이 거센 만큼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을 빠르게 매듭지은 뒤 미래 투자에 집중하길 원하고 있다.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남아 있는 소송 절차에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임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은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