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캄보디아에 입항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의 83세 미국 여성 승객이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후 뒤늦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캄보디아 검역 체계의 구멍이 확인되면서 3일부터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의 집단 감염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여성은 하선 직후 남편을 비롯한 다른 승객 144명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 그는 15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코로나 감염 징후를 보인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남편(85)과 다른 승객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웨스테르담호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캄보디아 당국은 ‘검역을 소홀히 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캄보디아 측이 하선 전 탑승객 2257명 중 불과 20명의 샘플만 검사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캄보디아는 16일 탑승자의 추가 하선을 일시 중단시켰지만 이미 절반이 넘는 1277명의 탑승자가 하선한 뒤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예정됐던 캄보디아 프놈펜발 쿠알라룸푸르행 전세기 3대의 운항을 취소했다. 웨스테르담호 승객의 추가 입국도 금지시켰다. 태국 보건당국 역시 캄보디아 방문자에 대해 엄격한 검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윌리엄 샤프너 미 밴더빌트대 전염병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사태가 변곡점(turning point)이 될 수 있다. 하선 승객 모두가 2주간 자가 격리를 실시하고 추적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0명의 넘는 승객들이 뿔뿔이 흩어져 세계 각국의 집으로 향한 터라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배는 1일 기항지인 홍콩을 출항해 일본, 대만을 거쳐 15일 요코하마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일본, 태국, 대만, 필리핀, 괌 등 5개 국가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채 약 2주간 바다 위를 떠돌다 14일 캄보디아에 입항했다. 41개국에서 온 2257명의 탑승객 중 미국 국적이 666명으로 가장 많다. 인도네시아(362명), 캐나다(271명), 필리핀(260명), 영국(127명) 순이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