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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코로나’ 이후 나올 中 경기부양책 주목

입력 | 2020-02-18 03:00:00


정성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최초 발생 지역인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수십 명 수준으로 줄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연장, 휴교, 주요 사업장의 조업 재개 금지 등 중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효과를 봤다.

대응 조치가 강했던 만큼 경제적 손실은 컸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은 여행, 외식, 교통, 부동산 분야의 타격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춘제 이후 중국 주요 교통수단의 이용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70% 줄었다. 외출을 줄이다 보니 주요 도시의 도로와 식당가는 한산했으며, 부동산 거래도 사실상 전무했다. 소비 위축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동안 이어질 것이다.

감염자 수가 적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직장 복귀가 허용되겠지만 실제 생산 활동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작업장으로 복귀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2주간의 격리 기간을 설정하는 지역이 많고, 후베이성 및 인근 지역으로부터 부품 및 자재 공급이 정상화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는 이러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와 생산의 극심한 위축으로 올해 1분기(1∼3월) 중국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통상적으로 중국 당국은 춘제가 포함돼 있는 1, 2월 통계를 발표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되는 4월 중순에나 알 수 있다. 다만 3월 중 경제 활동이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4%도 버겁다.

여기까지는 이미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관건은 이후의 중국 경제의 방향이다. 당장은 경제적 타격이 큰 만큼 중국 정부의 정책도 그만큼 과감할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은 최소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GDP의 0.5%보다는 확대될 것이다. 부채 위험을 이유로 꺼려 왔던 큰 폭의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하도 불가피하다. 그에 따라 강력한 부양 정책과 억눌렸던 소비가 2분기(4∼6월)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고, 중국 경제는 다시금 이전의 성장 궤적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 이후는 더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높은 부채비율, 국유기업의 낮은 수익성, 부동산 위주의 성장이라는 중국 경제의 취약점은 수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사실상 인재(人災)에 가까운 이번 전염병 사태로 민심 이반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강력한 경기부양은 그만큼 중국 지도부로서는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고육지책이다. 단기적으로는 약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재확인된 만큼 중국이 이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성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