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중앙대 문화콘텐츠 석사과정
퇴사를 했다. 요즘 유행하는 ‘나를 찾기 위한’ 퇴사는 아니고, 커리어 개발을 명목으로 이적할 곳을 확보해 놓고 소속 구단을 나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퇴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심은 쉽지 않았다. 서류, 인·적성, 면접, 인턴십, 또 면접을 거쳐 치열하게 입사해 만 6년 6개월간 몸담았던 곳이었다. 분사 등을 거치며 때때로 무력감에 젖기도 했지만 소위 대기업 공채의 그늘은 여전히 안락했고, 회사와 사람들은 대체로 합리적이었으며, 일은 즐거웠다.
처음 부모님께 결정을 전했을 때에는 다소 당황하셨다. 한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던 아버지 세대에서 이직은 낯선 개념이었다.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가 필요한 이유를 두 분께 설명드리면서 스스로도 정리가 되었다. 누구도 나의 고용을 보장해 주지 않는 시대, 개인의 경력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업(業)’을 탐색하는 또래들 사이에서, 비록 완전한 독립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특정 회사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일만큼은 경계해야 했고, (구호일지언정) 스스로의 몸값을 흥정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인수인계, 각종 절차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마침내 D-1, 퇴사 준비를 최종 점검하던 중 문득 이런저런 서류에 치여 정작 ‘회사’, ‘동료’이기 이전에 내가 사랑했던 ‘공간’, ‘사람들’과 헤어지기 위한 준비는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팀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해 짧게나마 모두에게 카드를 썼다. 초보 퇴사자의 ‘새벽 2시 감성’이겠지만 지금, 조금이라도 더 말랑말랑할 때의 이 애정과 진심을 아직은 아끼지 않고 내어놓고 싶었다. 그렇게 응원과 작별의 말들을 주고받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첫 퇴사는 현실이 되었다.
백수 3일 차. 주어진 시간은 단 2주. ‘시한부 백수’는 마음이 바쁘다. 퇴사하면 하고 싶었던 일 목록을 쭉 적어보다가 이내 북북 그어버렸다. 쉼조차도 부지런히 쉬어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한동안 ‘해야 하는 일’들에 치여 살았다. 남은 기간 나의 ‘투 두 리스트(To-Do List·해야 할 일 목록)’는 투 두 리스트를 갖지 않는 것, 단지 그뿐이다. 수고한 스스로에게 격려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스스로에게 응원과 축복을!
김지영 중앙대 문화콘텐츠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