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계확산 기폭제 우려
캄보디아에 입항한 크루즈선 ‘웨스터댐’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계 미국 선사 홀랜드아메리카 라인이 운영하는 웨스터댐호는 14일 동안 대만과 일본을 둘러보고 15일 일본 요코하마에 입항할 예정으로 1일 홍콩을 출발했다. 그러나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한 뒤 웨스터댐호는 일본 태국 대만 필리핀 괌 등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채 2주 가까이 바다 위를 떠돌았다. 13일 가까스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입항 허가를 받았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 코로나19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2257명의 탑승객 중 1277명이 하선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선상 격리된 탑승객들과 비교되면서 하선한 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캄보디아 정부에 감사했다.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하선 직후 남편(85) 등 승객 144명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83세 미국 여성 승객이 15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예정됐던 캄보디아 프놈펜발 쿠알라룸푸르행 전세기 3대의 운항을 취소했고 웨스터댐호 승객의 추가 입국을 금지했다. 태국 보건당국 역시 캄보디아 방문자에 대해 엄격한 검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외교부는 자국 항공사 KLM의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자국민 2명을 포함한 웨스터댐호 승객 11명의 탑승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미 하선한 탑승객들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선한 승객들이 최소한 3개 대륙으로 흩어졌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14일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뒤 전세기를 타고 캄보디아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145명 중 137명이 이미 아무런 질병 징후를 보이지 않아 다른 나라로 떠났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일간 프놈펜타임스에 따르면 승객과 승무원 2257명은 41개국 출신으로 미국 국적이 666명으로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362명), 캐나다(271명), 필리핀(260명), 영국(127명) 순이다.
NYT에 따르면 홀랜드아메리카는 현재 크루즈선에 236명의 승객과 747명의 승무원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호텔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후 자국으로 향한 탑승객을 1254명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들 중 몇 명이 감염됐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준비 없이 입항을 허가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를 비판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훈 센 총리는 앞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캄보디아와 중국의 직항 중단에 반대했으며, 이달 초 중국 방문 당시 우한 방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 워싱턴대 피터 라비노위츠 박사는 “세계 곳곳으로 떠나가 버린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은 정말 버거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