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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질환 고령자 줄잇는데… 동네의원 ‘제2의 숨은 환자’ 비상

입력 | 2020-02-18 03:00:00

[코로나19 확산 비상]‘방역망 바깥’ 확진자에 불안 커져




17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의 한 내과의원. ‘중국 방문 후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 바로 들어오면 안 됩니다.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에 전화해 안내를 받으세요’라는 경고문이 병원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가 원내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진료가 시작되는 오후 2시에 맞춰 도착한 환자는 9명. 대부분 50, 60대였다. 마스크를 낀 환자는 5명에 불과했다. 간호사가 마스크를 끼지 않은 환자들에게 다가가 “진료를 하기 전 꼭 착용해야 한다”며 일일이 마스크를 건넸다.

A 원장은 “환자가 감기 증상으로 왔다고 하면 서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마주 보지 않게 고개를 돌려 진료하고 있다”며 “29번 환자(82)처럼 해외 여행력이 없고 증상도 없으면 사실상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 “문 닫는 것 외 환자 막을 방법 없어”

‘방역망 밖 환자’인 29, 30번 환자(68·여)의 등장으로 동네 의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B 원장도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쓰게 하지만 29번 환자 같은 사람이 방문하는 걸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호흡기 관련 진료를 보는 곳은 환자의 해외 방문 이력이나 관련 증상을 자세히 물어본다”며 “그러나 29번 환자처럼 다른 부위가 아파 외과 등 타 과 진료를 받았다면 그곳에서 코로나19 환자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의사가 1명만 상주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하면 의사는 바로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된다. 2주간 영업을 하지 못할뿐더러 의원 이름도 공개돼 ‘위험한 곳’으로 낙인찍힐 수밖게 없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이제는 어떤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차라리 한 달 동안 병원 문을 닫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네 의원 중에는 중국을 다녀온 뒤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를 무조건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는 ‘진료 거부를 당했다’며 보건소에 신고하기도 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의원 입장에서는 확진 환자가 다녀가면 최소 2주 동안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보건당국 “동네 의원 대응 수준 높일 것”

전문가들은 29번 환자 같은 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원급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고 대기실에서 여러 사람이 기다리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29번 환자는 동네 의원들이 감시할 수 없는 환자였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중소병원의 대응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17일 브리핑에서 “현장을 이동하면서 검체 채취를 전담하는 조직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인플루엔자 시즌이라 폐렴 환자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전문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방호복을 입고 이동하며 진단검사를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검사를 대폭 확대할 수 있게 간이검사 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환자를 선별진료소로 최대한 모이게 해 진료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강동웅·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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