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대학가 ‘中유학생 격리’ 속수무책 1인 1실 격리 사실상 불가능… 교직원들 24시간 비상근무 가동 학교밖 유학생 관리 엄두못내… “전화 돌릴 직원도 부족” 하소연 정부 “인건비-방역물품비 지원 검토, 관리비-도시락 비용은 대학이 해결”
대학들 초비상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생활관 현관에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학들은 저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말뿐인 ‘자율 격리’가 방역 구멍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지방의 한 사립대 총장은 “대학들도 처음 겪는 일인데, 정부가 아무 지원도 없이 대학들에 떠넘기니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교내에 격리된 학생들을 관리할 인력도 태부족이다. 대학들은 삼시 세끼 도시락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시설을 방역하고, 학생들이 혹여 외출하거나 여럿이 모여 있지는 않은지 지켜보고, 하루에 한 번 이상 발열 등 증상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교직원들이 퇴근과 주말을 반납하고 매달려도 며칠 이상 버티기 쉽지 않다.
여기에 학교 밖에 있는 유학생까지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 수도권 A대 관계자는 “기숙사에 있는 100여 명을 관리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교직원들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라며 “학교에서 수용하지 못한 400여 명을 격리할 공간과 관리 인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유롭게 활동 중이다. 17일 취재팀이 주요 대학 격리동을 돌아보니 서울대의 경우 격리동 식당, 카페 등 공동시설 곳곳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볼 수 있었다. 경희대는 중국인 유학생이 격리된 층이 잠금장치 없이 개방돼 있었고, 학생들이 외부로 드나들고 있었다.
학교 밖에서 거주하는 경우 자율 격리는 더욱 소용이 없다. 서울의 B대 관계자는 “요즘 중국인 유학생들은 돈이 많아서 기숙사에 살지 않고 원룸 같은 개인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전화로 체크는 하겠지만 어디로 이동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안간힘을 쓰지만 한국인과 중국인 학생 모두 불만이다. 우선 격리 대상인 중국인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다. 지방의 D대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기숙사에 격리한다고 하니 ‘환자로 취급해서 기분 나쁘다’ ‘우리끼리 모아 놓는 건 더 위험할 것 같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기숙사 수용을 거부하는 학생들을 강제로 들어오게 할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했다.
중국인 이외 학생들의 불만도 대학으로서는 이중고다. “학교가 제대로 관리도 못 하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는다”며 항의하는 학생도 많다. 지방 E대 관계자는 “중국인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기숙사에 있던 한국인 학생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심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대학가 주변 주민들도 중국인 유학생들이 학교 주변에 살거나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라고 요구한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현실성 낮은 대책을 내놓고 ‘나 몰라라’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중국인 유학생도 우리 학생”이라며 자율 격리를 지시해놓고, 비용과 관리는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다급한 마음에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구하는 대학도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기숙사 등 지정한 시설에 입소시킬 때 필요한 인건비와 방역물품 구입 비용을 예비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시설 관리비와 도시락 비용 등은 대학이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예나 yena@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