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 업무 복귀 '부정적 영향'→'기간 장기화'…인사 이유 법조계, 비판 고조…'재판 공정성' 우려 정치권서 탄핵 필요성 강조…"재발방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법관들이 1년여만에 재판부로 돌아가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과 함께 재판의 공정성 및 국민 신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명수(61·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전날 심상철(63·11기)·이민걸(59·17기)·방창현(57·28기) 부장판사 등 법관 7명에 대해 재판부로 복귀하는 인사 조치를 실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56·17기)·신광렬(55·19기)·조의연(54·24기)·성창호(48·25기) 부장판사도 각각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업무 복귀 조치됐다. 이태종(60·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만이 본인 의사에 따라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나 그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고, 확정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는 게 대법원 측 설명이다. 재판부로 복귀하는 법관들은 오는 3월1일부터 다시 국민과 관련된 여러 재판을 심리할 예정이다.
대법원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인 법관이 법대에 앉아 재판을 진행하고, 판단을 내리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임성근 부장판사 등 4명의 법관들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민걸 부장판사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1심 판단도 채 내려지지 않았다. 재판부로 복귀한 법관들은 재판 업무를 하다가 본인의 재판이 열리면 피고인석을 오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직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판 업무 복귀 조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사법부가 이들에 대한 무죄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법관들이 당사자가 참석한 가운데 법정에서 직접 심리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서면 심리로만 재판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울러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 사법연구 인사 조치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는 ‘법관 탄핵’의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1심 무죄 판결 내용 중 ‘위헌적’ 행위임은 인정한 것을 들며 법관 탄핵 추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법관 탄핵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인사라면 재판 개입 등 의혹은 종식되지 않고, 나아가 재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런 인사 조치는 어쩌면 현재의 ‘비정상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