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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80번 환자 유족, 정부상대 승소…“2000만원 배상”

입력 | 2020-02-18 14:22:00

법원 "정부, 유족에게 총 2000만원 지급하라"
림프 암 치료 중 병원서 감염…격리 후 사망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80번 환자’ 유족이 정부와 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법원이 정부 책임을 인정한 것이지만, 책임 인정 범위가 협소해 유족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18일 메르스 ‘80번 환자’ 김모씨의 유족이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을 상대로 낸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들에게 총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해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며 김씨의 아내에게 1200만원, 아들에게 800만원을 배상토록했다.

유족측은 당초 약 7억원을 청구했다가 청구 금액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유족이 청구한 배상금액 가운데 극히 일부만 인용됐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은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이 반발하는 이유다.

30대 가장이자 의사였던 김씨는 지난 2015년 5월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에는 ‘슈퍼 전파자’로 알려졌던 14번 환자가 머무르고 있었다. 병원 측은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씨는 3일간 같은 응급실에 머물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같은 해 6월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김씨는 같은 해 10월1일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격리해제조치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다시 증상이 나타나 열흘 뒤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김씨는 결국 같은 해 11월25일 병원에서 숨졌다. 격리 상태에서 기저질환이었던 림프종 암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족 측은 밀접접촉자 범위를 좁게 설정한 정부의 메르스 대응조치와 부실한 방역조치로 김씨가 감염됐고, 병원측의 잘못된 결정으로 항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며 2016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이날 선고 이후 “국가와 의료기관 의료체계에 대해 신뢰하고 기저질환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국가가 메르스 초동 대응을 하지 못하고 병원도 감염 확산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한 가정에 닥친 불행에 대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14번 환자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김씨를 격리시킬 수 있었다. 감염에 따른 책임이 1차적으로 있다”면서 “국가 배상 책임 부분에서 위자료 액수가 상당히 적다는 판단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병원측이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는데, 1심은 의료진이 부득이한 결정에 따라 치료했고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항소심에서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의료과실 판단을 물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1심 선고를 지켜본 김씨 아내는 “국민으로서 또 환자로서 보호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영영 사과를 받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며 “2015년에 받았어야 했던 사과인데 2020년이 되도록 이렇게 밖에 받을 수 없어 절망적이다. 2심과 대법원기다려야한다는 사실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 배상책임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이주현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메르스 ‘104번 환자’ 유족이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의 역학조사 부실 주장에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환자가 공무원 과실 등으로 메르스에 감염돼 조기진단과 치료 기회를 상실했고,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