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사매2터널사고 사망자 5명으로… 화물차량들 빙판길 속도 못이겨 터널내 정지차량 그대로 들이받아… 가깝게 달리던 20여대도 연쇄 추돌 길이 1km 안돼 환기시설 미설치… 입구에 안내 전광판 없어 피해커져
18일 오전 소방 관계자들이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2터널 현장감식에 나섰다. 전날 이 터널에선 차량 다중 추돌과 화재로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남원=뉴시스
1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화물트럭 운전자 A 씨는 전날 낮 12시 23분경 사매2터널 앞에서 앞서가던 장갑차를 실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고 두 차량은 터널 안에서 정차했다. 이후 차량 여러 대가 사고 현장에 멈췄고 뒤따르던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와 곡물 운반 차량 등이 이를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서가던 차량이 감속해 엔진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려고 했다”며 “그러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트레일러에 실린 차량 위로 올라가 끌려가다가 조향이 불가능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렸을 가능성”
경찰은 화물차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겨 운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운전자가 터널 안에서 정차한 차량들을 보고 급히 정차하려고 했는데, 달리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추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적재중량 1.5t 이상의 화물차는 고속도로에서 일반 차량(시속 100km)보다 낮은 시속 8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 도로가 얼어붙거나 눈이 20mm 이상 쌓이면 속도를 더 줄여 시속 40km 미만으로 주행해야 한다.
○ 터널 앞 교통정보 전광판 없어
터널 안엔 추돌사고로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를 바깥으로 빼줄 환기시설도 없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관리지침에 따르면 길이 1km를 넘는 터널에 대해서만 소화전이나 환기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사매2터널은 길이가 726m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옆으로 넘어진 뒤 유독물질이 흘러나와서 운전자들이 질식했다”며 “환기시설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8일 오후 터널에 넘어진 화물차량 아래에서 불에 탄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탱크로리와 화물차 주변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