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수상, 경제-문화 파급 확산… 한국영화 할리우드 진출 늘어날 듯 정교한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힘… 韓 문화 콘텐츠, 브랜드로 기획해야 제2, 제3의 시너지 효과 낼 것
황영미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숙명여대 교수
한국 영화계로의 할리우드 러브콜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10년간 할리우드 시스템에 가장 먼저 진출한 한국 감독은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한 상업영화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 감독이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의 매력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참신한 소재도 아니었고, 흥행 성적은 국내 7만 관객에 불과했다. 북미에서도 쓴맛을 보았다.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주연을 맡은 ‘스토커’의 박찬욱 감독은 독특한 감독만의 스타일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초청을 받았지만, 흥행에 있어서는 국내 37만 관객에 북미에서도 165만 달러의 저조한 수입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릭스의 투자로 만든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흥행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인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분명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예술 장르인 영화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부정교합의 운명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자가 동아일보에 영화 별점을 쓰던 10여 년 전에는 대중성과 예술성 별점을 각각 따로 쓰기도 하였다. 그런데 기생충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이 이란성 쌍생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외적으로는 자본을 들여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를 브랜드화해 또 다른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즉, 스토리텔링의 문화 콘텐츠화는 미래의 블루오션인 컬처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최근 기생충 촬영지를 배경으로 ‘영화 전문가와 함께하는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를 계획한다는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의 소식은 바람직해 보인다. 영화 촬영지를 콘텐츠화해 방문객을 유치하면 전 세계에 새로운 한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관광 수입을 부가가치로 올릴 수 있다. 방문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으로 자신만의 영화를 재탄생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제 기생충 수상을 기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기생충으로 높아진 문화적 위상으로 문화적인 한류를 넘어서 경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2차 3차 효과를 창출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힘으로 문화공화국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 개인의 성공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던 것처럼, 국가적 홍보 전략을 발휘하여 봉준호 개인의 영화적 역량이 우리나라가 웰메이드 영화의 본산지로, 제2의 할리우드로 인식되도록 하는 국민적 관심과 제도적 문화기획이 필요한 때이다.
황영미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