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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의 공판 14명의 증인…경악과 눈물 교차한 고유정 재판

입력 | 2020-02-19 09:57:00

20일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의 1심 선고 공판이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사진은 18일 오전 고유정의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내부 모습. © News1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7) 사건이 10여차례의 기나긴 재판을 마무리하고 20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고유정 사건은 8월12일 첫 공판을 기준으로 지난 10일 12차 공판까지 6개월간 모두 12차례의 공판이 열렸고 출석한 증인만 14명에 달한다.

범행을 입증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피해자 유족들도 증언대에 섰다. 증인 중에는 고유정의 현 남편이자 피해자(의붓아들) 친아버지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공판당 3~4시간이 소요됐다. 검찰이 피고인 신문을 한 1월6일 10차공판은 오후 2시에 시작해 오후 8시까지 6시간 마라톤 공판을 하는 등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있었던 주요 장면들을 되짚어본다.

고유정 재판은 시작 전부터 논란과 화제의 연속이었다.

변호인 선임부터 큰 논란이 됐다.

고유정측이 애초 선임한 사선변호인 5명이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껴 모두 사임해 변론준비기일에는 잠시 국선변호인이 변호를 맡았다.

고유정은 첫 공판부터는 다시 사선변호인 A씨를 선임했다. 고유정변호를 맡은 A씨는 재판 내내 방청객에게 비난과 야유를 받아야 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재판 방청권을 선착순(2차공판부터는 추첨)을 통해 배부했다.

신상공개 이후에도 얼굴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고유정을 보려는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8월12일 첫 공판일에는 새벽부터 방청권을 받으려는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렸다.이후에도 추첨을 통해 방청권이 배부됐고 법정은 고유정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체포 이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던 고유정의 ‘커튼머리’가 오히려 화를 부르기도 했다.

1차 공판에서 고유정이 재판을 마치고 교도소행 호송버스를 타려고 이동하던 중 분노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붙잡히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후 교정당국은 호송인력과 경호를 대폭 강화하고 10월초에는 피고인들이 버스에서 내려 들어가는 검찰 건물 출입구에 벽까지 새로 설치해, 모습을 꽁꽁 감췄다.

◇공판마다 충격적 행태에 경악…때로는 눈물바다

재판 내적으로도 공판마다 사건 전후 고유정의 충격적인 행태가 드러나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 직후 범행 장소인 펜션주인과 태연히 통화하고 어린 아들에게는 물감놀이 중이라고 등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대담한 행동을 했다.

의붓아들이 사망하기 전에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피해자 친모의 전화번호를 삭제하는가 하면 의붓아들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 현 남편과 대화하다 “쟤(의붓아들) 죽여버릴까”라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고유정 사건은 우리나라 사건 역사에 남을 엽기적이고 잔혹한 사건이지만 유족 입장에서 보자면 하늘이 무너져내린 비극이다.

피해자의 가슴 아픈 사연은 재판 방청객은 물론, 취재진과 검찰의 마음까지 울렸다.

6차 공판에서는 살해당한 전 남편 강모씨(36)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법정 증언대에 섰다. 갑작스레 피붙이를 잃은 유족들의 절절한 슬픔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11차 공판에서는 이례적으로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며 피해자 사연을 소개하다 울먹였다.

고유정도 여러 차례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고유정은 대부분 자신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범행 당시 상황을 설명할 때나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눈물을 쏟아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