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남 진주시의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에 합의했다. 두 대학은 2021년 3월 통합 대학으로 거듭난다. 72년 역사를 가진 경상대는 입학정원 3033명의 거점 국립대다. 경남과기대는 명문 진주농고를 전신으로 하는 지역중심 국립대다. 110년 역사에 입학정원 1125명이다. 이 두 대학이 명성과 전통을 고집하지 않고 대승적 차원에서 합치기로 한 것이다.
두 대학의 통합은 국립대끼리의 자발적 통합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39개인 국립대도 학령인구 급감의 쓰나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동일 지역 내의 국립대 통합은 국립대 구조조정에 힌트를 줄 수 있다. 이번에는 입학 정원 축소는 고려되지 않았지만, 향후 국립대 간의 통합에서는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 등에서 구조조정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두 대학의 통합이 국립대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되려면 거점 도시에 있는 거점 국립대와 인근 도시에 있는 지역중심 국립대 간의 창의적인 통합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부가 주도한 2009년 경북대-상주대,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전북대-익산대의 통합은 전북대만 빼고 실패한 전력이 있다.
대학 역량을 끌어올려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통합 취지도 평가할 만하다. 경상대는 항공·기계, 나노신소재, 기초과학, 농·생명 분야에 강점이 있는데 경남과기대의 특성화 분야인 농·생명 분야와의 시너지는 경남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상경 경상대 총장은 “통합 대학은 지역산업과 관계있는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역량을 갖춰 지역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두 대학의 통합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자체-대학협력 기반 지역혁신 사업’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학 활용 정책이 뒷받침하고 있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대학의 살길은 대학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인데 통합도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통합이 성공할 수 있도록 대학은 화학적 결합에 힘쓰고, 정부는 창의적인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