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쉬지 않는혁신 지대,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

입력 | 2020-02-20 03:00:00



반려동물 항암치료 연구를 하는 한 벤처기업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한국인 청년 두 명이 공동창업자다. 직원이 10명인데 창업 1년 만에 실리콘밸리 내 동물병원 70여 곳과 계약을 맺어 암에 걸린 반려동물 치료는 물론이고 항암제 연구 도 하고 있다.

라식수술에도 유전자가 활용되어 지금까지는 의사가 각막 두께만 보는 기계적인 판단만으로 무조건 수술을 했는데, 사실 라식수술 자체가 안 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라식수술 적합 여부를 보는 유전자 진단 바이오 회사도 있다.

자율주행차 연구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그룹들이 다 뛰고 있다. 1등은 구글 웨이모로, 누적 마일 수가 가장 많다. 웨이모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파는 것이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리프트는 물론 세계적인 물류업체 페덱스와 유피에스도 열심인데, 그들에게는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인건비와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겠다는 현실적인 목표가 있다. 이에 비해 애플, 인텔, 퀄컴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장래 펼쳐질 센서시장을 선점하고자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비상한 ‘괴짜’들과 이들을 배출하는 ‘스탠퍼드대’, 그리고 구멍가게를 글로벌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벤처캐피털(VC)’의 힘이다. 실제로 이곳을 둘러보면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옥은 모두 캠퍼스로 불린다. 단독 빌딩이 아니라 넓은 정원 부지에 개별 건물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고층 빌딩은 없고 모든 회사가 대학교 캠퍼스와 같은 분위기다. 또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 부근에 위치한 샌드힐로드에 가보면 코슬라벤처스, 세콰이어캐피털, 어거스트캐피탈 등 20여 개의 미국 대표 VC가 밀집해 있는데 될 기업의 싹을 미리 알아보고 성장을 돕는 VC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1972년 샌드힐로드에 가장 먼저 자리한 VC 클라이너퍼킨스(KPCB)는 구글의 성장을 돕고 아마존, HP, 오라클에 인수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같은 세계적 IT기업 500여 개를 키워냈다.

한편 매년 탄생하는 수천 개 스타트업을 이끄는 개발자, 엔지니어 등은 대부분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구글·시스코·야후·인스타그램·링크드인 등을 스탠퍼드대 출신이 창업했고, 그들 밑에서 많은 졸업생들이 활약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캠퍼스는 여의도의 11배에 달해 내부는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전체 면적의 20% 정도만 건물이 들어서고, 나머지는 잔디밭과 숲으로 이뤄져 국립공원 같은 풍경이다.

한 스타트업 CEO는 “한국의 답답한 현실을 탓할 시간이 있으면 ‘해외로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눈높이를 글로벌하게 맞추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