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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주거 시설에도 관심을…” 자원봉사자-후원자 못찾아 발동동

입력 | 2020-02-20 03:00:00

지난해 개원한 부산 ‘반석송하원’ 30명 정원에 겨우 15명만 입소
정원 못채워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




18일 장애인 주거시설인 부산 기장군 반석송하원의 입소자들이 3층 생활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8일 낮 12시경 부산 기장군 장안읍 반석송하원. 장애인들이 지하 1층 식당으로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분 휠체어를 타거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한 채 천천히 움직여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어린아이도 2명 있었다. 뇌병변 장애를 앓는 A 군(10)은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대신 배에 구멍을 뚫고 얇은 관을 통해 우유를 위에 넣고 있었다. 눈에 초점이 없어 사람이 다가가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는 귀에 입을 대고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자 겨우 희미하게 웃었다.

B 양(9)도 혼자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오른손에 1개, 왼손에 2개뿐인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들기 힘들었다. 성장 지연, 지체장애 등을 수반하는 선천성 희귀 유전질환인 ‘코넬리아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두 아이 모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얼마 전 반석송하원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반석송하원은 가정에서 생활하기 힘든 중증장애인을 위한 주거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정원은 30명. 신축 건물이라 깨끗한 생활공간을 마련했지만 아직 15명만 입소했다. 13명의 성인 중 6명은 장애가 심한데도 부모 등 보호할 가족이 없어 이곳을 찾았다. 개원 초기여서 도움이 절실하지만 아직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가 없어 시설 관계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하고 있다.

정윤희 반석송하원장은 “주변에 중증장애로 힘겹게 가정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있다면 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권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240점 이상 받으면 시설 입소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1∼3급 장애인이면 시설 입소가 가능해 신규 시설이 서비스 대상자를 찾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지난해 7월부터 몸이 불편하더라도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면 점수를 충족하지 못해 시설에 들어오지 못한다. 시설에서도 누가 입소 가능 대상자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반석송하원은 다른 시설에 비해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28개의 장애인 주거 시설은 모두 정원을 채워 반석송하원과 같은 처지는 아니다.

정 원장은 “내부에 운동치료실을 마련했지만 전문 물리치료사가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시설 정원이 모두 채워져야 물리치료사나 청소, 빨래 등을 돕는 위생원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석송하원의 어려움은 이뿐만 아니다. ‘타파’를 비롯해 지난해 잇따랐던 태풍 탓에 건물 근처 옹벽의 토사가 일부 유실됐다. 현재 임시 조치를 했지만 집중호우나 태풍이 불어닥친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정 원장은 “이 시설은 장애인 주거시설인 만큼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전 보강 공사가 절실한데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증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 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