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와 현대차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왼쪽)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올해 1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의 돌풍이 거세다. 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차기술연구소에서 만난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며 “자신감의 근원은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벤틀리, GM, 폭스바겐 등 25년간 8개국에서 15개 브랜드 자동차의 스타일을 이끌어 온 스타 디자이너. 2016년 전격 영입돼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GV80은 그가 제네시스를 맡은 후 플랫폼부터 디자인한 첫 작품이다.
“GV80의 디자인은 제네시스의 윙로고에서 나왔습니다. 엠블럼의 날개는 두 개의 줄이 됐고, 몸통은 전면부 중앙의 방패 모양 크레스트 그릴로 디자인됐습니다. 차의 라인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두 줄의 조명은 밤에도 제네시스를 확실히 인식하게 할 상징입니다.”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의 전면부 디자인은 제네시스 윙 로고를 통해 디자인했다. 엠블럼의 날개는 두 개의 줄로 된 쿼드램프가 됐고, 몸통은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로 장착돼 브랜드 고유의 품위와 당당함을 표현했다. 제네시스의 두 줄 램프는 전면, 보디, 후면까지 이어져 차체를 감싸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대중적인 입맛을, 제네시스는 고급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럭셔리한 요리를 선보인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세계 최고의 매력 도시인 서울의 곳곳을 다니며 제네시스 디자인의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제가 해외에서 25년을 살아왔는데 서울은 전혀 다른 도시가 됐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다고 할까요. 고궁 옆에 최첨단 현대 건물이 있고, 골목길에 가면 밤늦게까지 다양한 문화가 펼쳐지고, 삼성 LG 같은 하이테크 기업이 있는가 하면, 다도(茶道)와 명상을 즐기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런 서울의 양면적인 캐릭터가 창의적 디자인의 원천입니다.”
“팔등신 모델에게는 어떤 옷을 입혀도 멋집니다. 어떤 디자인보다 차체의 비례와 구조의 아름다움이 럭셔리의 기본입니다. 또한 클래식 디자인이 되려면 시간의 테스트도 이겨내야 합니다. 신차일 때 번쩍번쩍 하는 것보다 5년, 10년이 지나 거리 한구석에 중고차로 서 있을 때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게 명차입니다.”
그는 자동차는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한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샤넬 로고에는 파리(Paris)가, 영국의 버버리에는 런던(London)이란 글자가 쓰여 있지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에 오른 것처럼 제네시스도 언젠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때에 제네시스 윙로고 밑에 ‘서울(Seoul)’이란 글자가 새겨지겠죠.”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