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젬마의 렛츠콜라보!]K푸드 성공 열쇠, 이종결합과 참여의 콜라보

입력 | 2020-02-20 03:00:00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 먹는 장면.

“아주머니 람동할 줄 아시죠?”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탁월한 번역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짜파구리’를 고심 끝에 ‘람동’으로 번역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새롭고 낯선 메뉴의 국제적 소통을 위해 라면과 우동의 콜라보(컬래버레이션)를 뜻하는 ‘람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짜파구리의 탄생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라보라는 단어도 생소한 시대였다. 그 이전에 존재했던 음식 콜라보의 원조는 짬짜면과 라볶기가 아닐까 싶다. 짜장면도 먹고 싶고, 짬뽕도 먹고 싶고…. 그게 어디 한두 사람의 고민이었으랴.

라볶기를 떡라면에 견주어선 안 된다. 라볶기는 라면과 떡볶기라는 주체적인 재료 각자가 동등하게 결합한 콜라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떡라면은 단순하게 라면에 떡을 삽입한 것이기 때문에, 떡이라는 재료의 비중은 철저히 라면에 귀속된다. 최근 개그맨 강호동이 TV에서 굴라면, 파채라면, ‘김보라’(김치보쌈 라면), ‘오로라’(오리로스 라면) 등의 새로운 재료를 결합시키고 솔깃한 네이밍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재료의 추가일 뿐, 진정한 의미의 콜라보는 아니다. 콜라보는 단지 더하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라보는 평등, 공존을 강조한다. 그래서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에 한우라는 재료는 귀속되지 않고 평등하게 결합함으로써 ‘나는 다르다’는 신분 차별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콜라보란 우선 결합하는 개별 주체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갖춰 상대에게 다름을 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이들 각각이 동등한 비중으로 결합함으로써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정체성과 네이밍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짜파구리만큼 히트를 친 사례를 꼽자면 단연 ‘골빔면’이다. 동원 골뱅이와 팔도 비빔면의 콜라보 사례다. 직장인들에게 인기높은 ‘골뱅이 소면’ 안주를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콜라보로 대성공했다. 짜파구리가 한 회사의 두 가지 다른 브랜드의 결합이었다면, 이 경우는 동원과 팔도라는 다른 회사 간 결합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골빔면 히트 후에는 ‘참빔면’(동원참치+팔도비빔면) 콜라보도 나왔다. 콜라보는 익숙함보다는 낯선 ‘이종적 결합’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콜라보로 출시된 친절한 제품들도 있다. 팔도의 ‘쫄비빔면’, 오뚜기 ‘짬짜면’, 삼양 ‘짜장 붉닭볶음면’ 등이 출시됐으나 별로 인기가 없다. 이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콜라보 도전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도 요리사’, ‘나도 콜라보’ 시대이다. 너무 친절한 면발에는 흥미가 없다. 편리함보다는 흥미가 우선시되는 시대다.

삼양 불닭볶음면의 경우는 예외다. 커리, 카르보, 짜장, 마라, 치즈, 쫄볶이 등 9가지 버전을 출시했고, ‘파이어 누들챌린지’라는 소비자 참여 도전 열풍을 일으켜 효과를 봤다. 그 결과 누적판매량이 18억 개로 누적매출은 1조 원을 돌파했다. 또한 삼양 불닭볶음면은 면을 넘어서 장르 파괴 콜라보도 선보였다. 애경산업과 ‘2080 핵불닭양치세트’, GS25와 ‘삼양불닭&후랑크김밥’,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와 ‘불타는 에디션’ 화장품, LG 생활건강과 ‘불타는 립밤’…. 콜라보는 계속 불타오를 듯한 분위기다.

일본 시부야에 있는 모노크롬이라는 카페에서 ‘스테이크 짜파구리’와 ‘복숭아 칵테일 세트’ 메뉴를 내놓았다. 영화 ‘기생충’에서 알레르기 유발 도구로 등장했던 복숭아와 술을 2단으로 분리해 구분돼 보이도록 새롭게 만든 칵테일이라고 한다.

융합과 초연결의 시대. 콜라보는 대중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와 브랜드가 평등하게 결합해 새로운 네이밍을 갖는 현상은 이제 나도 콜라보를 ‘할 수 있고’, ‘해야 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케 한다.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