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책 보고받은 다음 날 대통령은 왜 ‘비상한 처방’ 요구했나 文정부 출범과 함께 추락한 경제… 재산권 위협에 민간투자 기피 때문 이번 총선이 ‘체제’를 뒤흔들 수도
김순덕 대기자
다 듣고 난 문 대통령은 일부 언론 때문에 공포와 불안이 부풀려져 경제심리와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며 언론을 탓했다. 모두발언에선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지만 부총리의 빈틈없는 보고를 받은 뒤 대통령 생각이 바뀌었나 싶었다. 그랬던 대통령이 다음 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돌연 ‘비상경제시국’을 선언한 것이다.
반나절 만에 왜 대통령의 인식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업무보고 자료 첫머리에는 ‘선제적 정책대응으로 경기 반등 발판 마련’이라고 명시돼 있다. 한 달 전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반등하는 징후가 보인다”고 했던 발언의 복사판이다. 대통령 뜻대로 가던 경제가 하루도 안 돼 ‘비상한 상황’으로 돌변해 ‘비상한 처방’이 필요해진 형국이다.
결국 홍남기는 어제 노란 점퍼 차림으로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야 했다. “이달 말 투자·소비 활성화 등 전방위적 1차 경기대책 패키지를 마련해 발표하겠다”라고, 이틀 전 자신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관료적으로 되풀이하는 모습은 암담하다.
‘경제비상시국 인식’ 같은 윗분의 말씀을 복창하는 경제사령탑에게서 한국 경제의 희망은 찾기 어렵다. 대통령이 열거한 소비쿠폰 남발이나 청와대 대변인이 언급한 추경 편성 언저리에서 대책이 나올 게 뻔하다. 뒤늦게라도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관노(官-勞) 주도 기조의 변경을 선언했다면 경제심리는 당장 살아났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프레임을 짜고 있지만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통계청이 경기 정점을 2017년 9월이라고 확정한 대로 우리 경제는 1970년 이래 가장 긴 경기 하강을 하고 있다. 정부가 입만 열면 경기 하락의 이유로 들이대는 세계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 발생 이전에 문재인 정부 출범의 여파로 한국 경제는 이미 주저앉고 있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이종규 연구원은 그 이유를 ‘체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 경제주체의 소유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을 민간에선 체제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 투자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2017년 중반기 이후 설비투자지수가 기업경기실사지수 하락 이상으로 크게 부진한 것이 간접적 증거다.
시장경제가 반드시 갖춰야 할 요건으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이 꼽힌다. 정부가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들고, 재산권까지 위협하는 것은 ‘체제’가 뒤집힐 문제다. ‘문재인 청와대’를 잘 아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해방 직후 실패했던 사회주의 혁명을 그들이 다시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이번 총선의 의미를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책이라는 총선용 돈질에서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려면 국민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