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열린 법정 스님 입적 10주년 추모법회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한 뒤 예를 올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입적 10년이 됐지만 법정 스님(1932∼2010)의 눈빛은 형형했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상사 설법전에서 열린 법정 스님 추모법회에서 상영된 ‘스스로 행복하라’(2006년 4월 봄 법문)는 주제의 영상 법문은 추모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영상에서 법정 스님이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네, 스님”을 외치며 합장했다. 다시 스님이 “카메라 잠깐 비켜보세요. 나를 보고 싶어 이렇게 오셨는데 그렇게 있으면 안 보이잖아요”라고 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계총림(송광사) 방장인 현봉 스님은 “시주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맑고 향기롭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게 스님의 화두가 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 그 가르침을 잘 따라 살아야 우리가 스님의 화신(化身)이고 스님도 우리 곁에 계신 것”이라고 회고했다.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 간부였던 윤청광 대한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은 “‘맑고 향기롭게’ 지부를 만드느라 지방에서 야간 법회를 하는데 법정 스님이 ‘늙은 중을 끌고 밤무대까지 뛰게 하느냐’ ‘부산 광주 찍고 전국 순회공연 한다’며 웃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3월 11일까지 길상사 길상선원에서 이종승 작가 등이 참여한 ‘비구(比丘) 법정 사진전’이 열린다. 8일에는 음악회가 열리고 11월까지 특별 좌담이 이어진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