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KU 캠퍼스 최고경영자(CEO) 홈커밍데이’에서 이병현 스테이즈 대표가 후배 창업팀에 창업 노하우를 강연하고 있다. 고려대는 매년 1, 2차례 선배 기업가의 홈커밍데이 행사를 연다. 고려대 제공
이런 대학가 분위기에서 고려대의 창업 지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3월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공과대 출신인 정진택 총장 체제를 출범시키며 ‘창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999년부터 고려대 내 학생 창업을 책임지고 있는 창업지원단의 지원 성과 역시 최근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고려대는 흔히 ‘문과가 더 강한 대학’이란 인상이 있지만 창업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창업에 나선 고려대 재학생은 2018년 현재 40명에 달한다. 전국 대학 가운데 3위다.
이들 학생 창업 기업이 고용한 직원 수는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49명. 기존 일반 기업들과 비교하면 적을 수 있지만 학생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라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발굴한 고려대 창업팀은 외부 창업경진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대학 학생 창업 유망 300개 팀’ 가운데 고려대는 15개 팀이 선정됐다. 수도권 대학 중 1위다.
고려대 학생 창업팀 가운데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학과 정보 맵을 내놓은 ‘잡쇼퍼’팀이 제3회 서울혁신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상금 2억 원을 받기도 했다.
끈끈한 선후배 관계 역시 고려대 학생 창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고려대는 선배 스타트업 창업자들로 구성된 ‘크림슨 창업멘토단’을 위촉해 학생들의 창업 자문을 돕는다. 매년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고 선배들이 후배들의 창업에 도움을 준다. 고려대 관계자는 “어제까지 창업 수업을 듣던 학생이 학교로 돌아와 멘토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학교는 ‘창업 커리큘럼’으로 측면 지원
고려대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 창업 지원을 위한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부터 복수전공과 비슷한 ‘기술창업 융합전공’을 새로 개설했다. 공과대 7개 학과, 경영학과, 컴퓨터학과 등 9개 학과가 참여해 ‘캠퍼스 CEO’ ‘벤처경영’ 등 창업 관련 교과목을 편성한 과정을 운영한다. 이 전공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로 제품 및 서비스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고려대는 학생들의 창업 지원도 지금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고려대는 기술사업화촉진펀드 등 전문투자조직을 통해 204억 원의 교내 투자재원을 만들었다. 이 자금으로 교내 창업기업 1곳에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해준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인 창업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