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77세 남성 40번 환자 확진 해외여행-확진자와 접촉없이 감염… 진료받은 한양대병원 응급실 폐쇄 거주 주상복합 공동시설 감염 공포… 구청 “경로당 회원들 외출자제를”
이 같은 유형의 환자는 찾아내기도 어렵지만 이동경로를 추적하기도 매우 어렵다. 젊은층에 비해 동선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부족해 ‘어디서 걸렸는지’는 물론이고 ‘어디로 옮겼을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40번 환자는 11일 기침 증상이 시작됐다. 18일 고열 등의 증세로 성동구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폐렴을 확인한 의료진은 병원 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이어 19일 새벽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40번 환자는 바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부인은 자가 격리됐다.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19일 폐쇄된 가운데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40번 환자가 사는 곳은 주상복합아파트로 1∼4층은 주민공동시설, 5층 이상은 거주시설이다. 주민공동시설에는 구립어린이집, 헬스장, 도서관, 경로당 등이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용자가 많다. 주민들에 따르면 40번 환자는 4층에 있는 경로당 회원으로,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주민공동시설로 통하는 출입구는 1층 정문 한 개뿐이라서 40번 환자가 이곳을 찾을 때마다 공동시설 이용자들과 접촉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성동구 관계자는 “경로당 회원 명단에 있는 어르신 28명에게 모두 전화해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1층의 구립어린이집은 이날 열릴 예정이던 졸업식을 취소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오전 일찍 졸업식 준비를 다 마쳤지만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접한 뒤 취소 공지를 보냈다. 일찍 등원했던 아이 2명도 즉시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인은 “40번 환자가 20층 이상 고층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과 오래 접촉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학생들과 인근 가게들도 불안해했다. 한 분식점 사장은 “왕십리 상권은 원래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데, 개강도 늦춰지는 데다 이런 일까지 생겨 상권이 다 죽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자체적으로 관내 위기대응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구청과 보건소를 제외한 구 산하 공공시설 494곳을 일주일간 휴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40번 환자가 갔던) 한양대병원에 역학조사관이 가 있고, 29번과 30번 환자에 대한 조사팀들이 현장에서 감염경로를 조사하고 있고, 대구에도 특별대책반이 내려갔다”며 “역학조사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홍석호·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