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다른 IT공룡, ‘금융메기’ 될까 카카오, 대주주 문제 해결하고… 은행-증권-손보 잇달아 진출 네이버, 자회사 ‘파이낸셜’ 설립… 투자 유치하며 금융사업 본격화 직접 인가 받는데는 아직까지 신중
최근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이른바 ‘빅테크(Big-Tech)’ 기업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라는 정보기술(IT) 공룡이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기존 금융업권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 정공법 카카오, 협업의 네이버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증권 등 간편결제에서부터 은행, 증권 등 금융 서비스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카카오의 전략은 정면승부다. 한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증권 진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약 1년 4개월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이달 초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카카오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카카오가 삼성화재와 손잡고 나선 일명 ‘카카오페이 손보’는 다음 달 초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누적 고객 수 약 1120만 명을 달성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연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그 대신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 등 기존 금융사들을 파트너로 두고 계좌 등을 대신 만들어 주는 전략을 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상반기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권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일본에 라인파이낸셜과 라인증권을 설립한 경험을 국내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 빅테크, 금융시장 메기 될까
두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공략법이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기존 금융권을 긴장하게 할 ‘메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만큼 편리성과 접근성, 고객 친화적인 환경 등 측면에서 기존 금융투자회사들에 앞서 있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투자사들이 다소 수동적으로 고객을 기다리고 자신들의 틀에 고객을 맞추도록 한 것과 달리 두 기업은 고객의 활동 영역과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한 ‘맞춤형’ 마케팅과 상품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기업이 모두 IT를 바탕에 두고 있긴 하지만, 플랫폼 형태 차이가 분명해 내놓는 상품도 서로 다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네이버는 포털 검색과 쇼핑 등 빅데이터를 확보한 뒤 소비자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등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을 융합한 실명계좌 중심의 소비자 친화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와 네이버는 ‘금융업을 하겠다’는 목표보다 소비자 불편을 해소해 주겠다는 부분에서 고객의 니즈와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