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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이 넘치는 세상[시론/김동률]

입력 | 2020-02-21 03:00:00

감시, 순종, 공격, 체제 보호… 환경 따라 언론 모습도 변해
최근 親정부 매체 많아 우려… 국민 위한 존재이유 고민해야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전해지는 얘기로 언론 세상에는 네 마리 개가 살고 있다고 한다. 감시견, 애완견, 공격견, 보호견 등이 바로 그들이다. 감시견(watch dog)은 말 그대로 지키고 감시하는 게 임무다. 세금을 빼먹는지, 이권을 어떻게 챙기는지 주로 정권을 감시하는 정의롭고 숭고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언론을 일컬어 ‘무관의 제왕’ 또는 ‘제4부’라고 부르는 향기로운 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언론도 땅을 딛고 존재하는 기업이다. 보이지 않는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관영매체나 특정 종교집단, 특정 재벌이 소유한 경우다. 이 같은 언론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용감하고 정의로운 감시견 역할을 하기 어렵다. 이 경우 애완견(lap dog)으로 전락하게 된다.

무조건 짖는 개도 있다. 이른바 공격견(attack dog)이다. 주로 선거 국면에서 나타난다. 언론사마다 지향하는 성격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도, 싫어하는 후보도 있다. 싫어하는 후보에 대해 일방적으로 맹공을 퍼붓는 경우를 공격견이라고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뉴욕타임스나 CNN의 보도 태도가 이에 해당된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폭스TV의 날선 비판도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보호견(guard dog)이 있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면 으르렁대던 상황을 잠시 제쳐두고 체제를 보호하려는 본능(Status Quo)이 나타나게 된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피격사건이 발생하면 보수, 진보를 떠나 언론이 한목소리로 국가안보를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예가 된다.

예를 든 언론의 4마리 개 모델(four dog model of the press)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론이다. 네 마리 개 중에서 중심은 당연히 감시견이다. 비록 야성을 잃고 실내에서 키워지더라도 한밤에 낯선 이가 침입하면 본능적으로 짖어대는 짐승이 개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사례는 전혀 새롭지 않다. 심지어 실험실 개들은 자신에게 메스를 가하는 인간에게조차 꼬리를 흔든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인류 탄생 이래 개만큼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짐승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감시견은 개를 개답게 하는 기본이 된다. 따라서 감시견 언론은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양자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반면 언론은 절차의 공정성을 따진다. 그래서 긴장감이 필요한 것이다. 적대적인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언론은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친정권 성향의 매체가 매우 많다. 정부 지분이 있는 언론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매체가 정권 비리를 파헤치는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감시견보다는 애완견 모델에 치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친정부 성향의 매체가 보수, 진보정권을 떠나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언론정책에 관한 한 보수, 진보의 잘잘못을 따지기 힘들다. 같은 무게로 비판받아야 한다. 사실 검찰개혁보다는 언론개혁이 더 화급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선거 국면에서는 언론개혁을 외치다가도 막상 정권을 잡으면 없던 일로 해버린 경우를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영매체를 어떻게 입맛에 맞게 이용할까에 골몰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언론과 정부가 ‘짝짜꿍’이 맞으면 곤란하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한국 언론의 지나친 친정권적인 보도 행태는 언론이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 언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대적이고도 긴장감이 있는 언론과 정권의 관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