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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이젠 ‘돌부리’되면 안된다[현장에서/유근형]

입력 | 2020-02-21 03:00:00


19일 1심 재판부로부터 ‘합법’ 판결을 받은 타다.

유근형 산업1부 기자

“법원은 미래를 막는 돌부리를 치웠다. 국회와 정부 여당도 미래를 막는 돌부리를 치워 달라.”

무죄 판결로 한결 누그러질 법도 한데 그의 글은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말이다. 이 대표는 일명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법원의 판결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겨냥해 “새 사업을 하다 택시업계의 고발과 정부의 방관과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법정에까지 서게 돼 무죄를 선고받았더니 (당신은) 돌부리에 차인 느낌이란다”라고 적었다.

소위 ‘타다 사태’와 관련해 택시업계나 검찰은 어떻게 보면 본연의 일을 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정책 조정 기능을 상실한 채 오락가락했고, 정치권은 미래보다는 표밭을 향한 행보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8년 10월 타다가 출범 전에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자 “타다는 승합차만 대상으로 하기에 현행법상 렌트업에 해당하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타다 측이 “(콜택시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차량 렌트비와 기사 알선 수수료 등 2개의 별도 영수증을 발행하겠다”고 하자 국토부는 “1장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는 게 타다의 주장이다. 더구나 2014년 여객법 시행령을 통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릴 때 운전자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은 이런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가진 국토부 자신이었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극렬히 반대하자 국토부는 태도를 바꿨다. 국토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로 공을 넘겼다. 박 의원 등 여당이 내놓은 타다금지법에 “항공기나 선박 탑승권을 소지한 사람들만 타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규제 조항까지 추가하려고 했다. 심지어 지난해 말 국회 국토위 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의견 수렴을 더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하자 김경욱 당시 국토부 2차관은 “구체화할수록 갈등이 더 생긴다”라며 입법 강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무죄 판결이 났지만 이 대표 등은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수정 타다금지법’을 이달 중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일부를 수정하더라도 타다의 ‘플랫폼 제도화’는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원안대로 강행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는 판결과 상관없이 플랫폼 제도화가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심 재판부가 “택시보다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가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며 “모빌리티산업 주체들과 규제 당국이 함께 고민해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라”고 주문한 데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답을 해야 할 때다.
 
유근형 산업1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