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전국이 뚫렸는데 대책은 국지적, 경보는 사태 초기 그대로

입력 | 2020-02-22 00:00:00


지난달 20일 코로나19(우한 폐렴) 국내 환자가 처음 나온 지 한 달 만인 어제까지 강원도와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해 환자 수가 209명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거나 접촉자다. 휴가 중 신천지 교인을 만난 육군 대위, 공군 중위, 해군 병사가 감염돼 단체 생활을 하는 군부대에도 코로나 비상이 걸렸다.

18일까지만 해도 31명에 그쳤던 환자 수가 갑자기 폭증하자 정부도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어제 대책 발표를 하면서 현 ‘경계’ 단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국내 확진 환자가 4명일 때 발령했던 경보를 세 자릿수가 되도록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입국 제한 조치도 없었다. 해외 감염원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해 1차 방역망이 뚫린 데 이어 지역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마저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심각’ 단계에 준해서 총력 대응을 하겠다고 했지만 환자 수가 20명을 넘어선 후로 수차례 되풀이해 온 선언이다. 어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대구경북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전폭 지원하는 것과 대통령의 지시로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방문자들을 철저히 추적한다는 계획 정도다. 그러나 신천지 교인들의 동선을 따라 발병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국지적 대책을 내놓은 것은 미온적인 대응이다.

코로나19 환자 수는 6개월 넘게 지속됐던 2015년 메르스의 환자 수(186명)를 한 달 만에 뛰어넘었다. 전국의 역학조사관 144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 일선 의료 현장에선 인력과 병상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젠 지역 사회 전파를 인정하고 감염 차단은 지속하되 지역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확산을 최소화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진단 역량을 늘려 더 많이 검사해 더 많은 환자를 찾아내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담당 의료기관을 차별화해 치료하면서 치료제와 백신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정부는 1년 넘게 공석이던 국립보건연구원장도 어제야 임명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방역의 두 축을 이루는 기관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하고 있는 곳이다. 확진 환자가 세 자릿수가 돼서야 슬그머니 보건 핵심 기관의 수장 자리를 채우는 안이한 자세로는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