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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6번→83번→29번→30번… “메르스때 넘어 5차감염 발생”

입력 | 2020-02-22 03:00:00

[코로나19 확산 비상]서울 종로 ‘숨은 감염원’ 밝혀져
종로노인복지관이 연결 고리
83번, 명륜교회 예배 6번서 감염… 복지관 식당서 29번 등에 옮겨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가 확인됐다.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입국한 3번 환자(54)의 바이러스가 서울 강남구의 식당(한일관)과 종로구 명륜교회,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거치며 5차 감염까지 일으킨 것. 국내에서 5차 감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3차 감염자인 83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명륜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이때 6번 환자(2차 감염자)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는 3번 환자(1차 감염자)와 지난달 22일 한일관에서 식사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6번 환자 조사에서 83번 환자는 접촉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회 본당 폐쇄회로(CC)TV 등에서 두 사람의 접촉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 보건당국은 화장실처럼 CCTV 사각지대에서 두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83번 환자는 지난달 28∼31일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이때 29번 환자(82)와 56번 환자(75), 136번 환자(84)도 같은 식당에 있었다. 결국 이들 3명은 모두 4차 감염자가 됐다. 이 중 2명이 자신의 아내에게 바이러스를 다시 옮겼다. 29번과 136번 환자의 부인인 30번(68), 112번 환자(79)다. 3번 환자로부터 시작해 4단계를 거쳐 5차 감염이 일어난 셈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4, 5차 감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4차 감염자(26명)까지만 조사됐다.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8명은 감염차수가 불명확했고, 3명은 미상으로 분류됐다.

앞서 서울 중심인 종로에서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고령 환자들이 잇따라 속출하자 보건당국은 바싹 긴장했다. 특히 고령자 특성상 신용카드 사용이 적고 당사자 기억에 의존해야 해 동선 추적이 어려웠다. 미지의 ‘슈퍼 전파자’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를 밝혀냄으로써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차 감염까지 일으켰다면 전파력이 강해 장기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바이러스는 발병 초기 독성이 강하고 전염 차수가 높아질수록 치명률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숙주(사람)를 죽이지 않고 계속 생존하려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계속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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