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구촌’ 위협한 바이러스 총정리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지카… ● ‘지구촌’이 초래한 감염병 팬데믹 공포 ● 사스, 메르스는 ‘코로나19’ 사촌 ● 호시탐탐 인간 위협하는 조류인플루엔자 ● 치사율 90%에 달한 에볼라 ● 지구온난화와 지카바이러스의 미래
이후 상하수도 등 위생시설이 갖춰지고 백신과 항생제가 개발되는 등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2016년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같은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세계 사망자 수는 4050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 수 5690만 명의 7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비전염병 사망자가 80%에 이른다. 사고 등 기타 원인 사망자를 제외한 전염병 사망자는 10%가 채 안 된다. 그마저도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약자가 목숨을 잃는 게 대부분이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갑자기 죽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보다는 자살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지구촌 덮치는 팬데믹
2000년대 들어 바이러스 전염병 등장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경우가 수차례 있지만 아직 지구촌을 휩쓰는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진화한 적은 없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설 연휴를 분기점으로 환자와 사망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집계를 시작한 지 보름 만인 1월 30일 환자 수가 9692명으로 2002~2003년 9개월 동안 지속된 사스 환자 수(8096명)를 뛰어넘었다. 다시 열흘이 지난 2월 10일엔 세계적으로 4만 명을 돌파했다. 2월 14일 하루에만 143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 이미 사스(774명)를 넘어섰다. 가히 파죽지세(破竹之勢)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2000년대 등장해 인류를 위협한 바이러스와 이들이 일으킨 전염병을 되돌아본다.
01 코로나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병원체(왼쪽부터). [CDC, Wikimedia Commons]
1967년 영국 솔즈베리 소재 감기연구소는 환자들 비강 분비물을 얻어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흔히 감기바이러스라고 하는 리노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 존재가 드러났다.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 모양이 마치 왕관(corona)처럼 보인다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종으로, 각각 OC43과 229E로 불린다. 그 뒤 가축을 감염시켜 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여럿 발견됐지만 35년 동안 인간이 감염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앞 두 종이 전부였다. 전체 감기 10~15%의 원인체가 이들 코로나바이러스일 정도로 전염성이 높지만 저병원성이라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바이러스 학자는 거의 없었다.
바이러스 출처를 조사한 결과 박쥐가 요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를 잡아먹은 사향고양이가 감염됐고, 야생동물을 즐겨 먹는 중국인이 사향고양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중증급성호흡기질환’의 영문 약자인 SARS(사스)로 명명된 이 신종 전염병은 2003년 7월 31일 소멸될 때까지 17개 나라에서 8096명의 환자를 야기했다. 이 가운데 774명이 사망해 치사율 9.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4명이 사스에 걸렸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만일 사스가 팬데믹이 됐다면 ‘21세기의 스페인독감’으로 불렸을 것이다.
백신, 치료제 없는 바이러스
사스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및 발병 메커니즘이 상당 부분 밝혀졌지만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사태가 9개월 만에 종료된 이유가 크다. WHO는 사스 사태를 겪은 뒤 전염병이 다시 등장하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국제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
사스 악몽이 뇌리에서 희미해지던 2012년 3월 요르단에서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그 뒤 중동 여러 국가에서 산발적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나왔다. 조사 결과 이번에도 병원체가 코로나바이러스였는데, 감기를 일으키는 앞 네 종류는 물론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도 다른 종류였다.
발생 지역을 따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문 약자 ‘MERS(메르스)’로 명명된 이 질환은 2014년 3월까지 2년 동안 환자가 200명 채 안 되게 발생했다. 그런데 2014년 4월에만 200명 넘는 환자가 나오면서 세계가 긴장했다. 메르스가 무서운 건 치사율이 34%에 이르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지금도 간헐적으로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26개 나라에서 2506명이 감염돼 862명이 사망했다.
과학자들이 이 바이러스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사스와 마찬가지로 박쥐가 요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쥐 바이러스와 접촉한 낙타가 이에 감염됐고, 낙타를 애지중지하는 아랍인들이 또 감염된 것이다. 참고로 낙타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감기 증상을 보일 뿐이다. 사람에게만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메르스는 우리나라에 상륙해 큰 피해를 주었다. 2015년 5월 20일 중동을 다녀온 남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병원 내 교차 감염이 일어나면서 총 186명이 감염됐다. 이 중 36명이 사망했다. 환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중동’호흡기질환이라는 메르스 이름이 부적절해 보일 정도로 타격이 컸다. 일명 ‘메르스 사태’로 불린 이 사건은 우리나라 전염병 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메르스 사태’의 교훈
국제사회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왼쪽)과 코로나19를 인간에 전파한 것으로 분석된 박쥐. [AP=뉴시스, AFP=뉴스1]
메르스 사태가 지나가고 5년이 지난 올해 연초부터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출발점은 중국 남부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으로, 사스가 시작된 광둥성과 그리 멀지 않다. 지난해 12월 8일 첫 환자가 나왔음에도 우한 보건 당국이 알아차리지 못했고 바이러스가 꽤 퍼진 12월 30일에야 비슷한 증상의 폐렴환자 7명을 접한 우한 중앙병원 안과의사 리원량이 ‘사스 유사 호흡기질환’의 창궐을 경고하며 외부에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리원량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는데, 그는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돼 2월 7일 사망했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메르스는 물론 사스보다 꽤 낮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 대부분이 발생한 후베이성의 치사율이 2% 수준이지만, 이는 환자 수가 너무 많아 폐렴에 걸린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그 외 지역의 치사율은 후베이성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의료 후진국에 퍼지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의료 선진국에서도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 의료 시스템이 이를 다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후베이성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코로나19 역시 박쥐가 요람이다. 전파 경로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뱀이나 천산갑이 중간 숙주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쥐가 직접 사람에게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모두 중국인이 ‘별미’로 여기는 야생동물이다. 중국인의 식도락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또 다른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출현이 이어질 수 있다.
02 독감바이러스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미국 뉴욕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한 소년이 신종플루 백신을 코로 흡입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선진국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10% 미만으로 이 가운데 독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구촌에서 매년 수억 명이 계절성 독감에 걸려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치사율은 0.05% 내외다. 최근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해 “신종코로나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는 미국 내 기사가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인구의 약 6%인 2000만 명이 감염돼 그중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도 68명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계절성 독감 희생자 대다수는 지병이 있는 노인이라 일반인에게 큰 공포 대상은 아니다.
드물게 무시무시한 병원성을 지닌 신종 독감바이러스가 등장해 인류를 위협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예가 1918년 지구촌을 강타한 스페인독감이다. 지금처럼 세계 보건 통계가 잡히지 않던 시절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 세계 인구 18억 명 가운데 약 5억 명이 이에 감염돼 2500만~500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치사율이 5~10%에 이른다. 오늘날 ‘제2의 스페인독감’ 팬데믹이 일어난다면 1억~2억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새로운 유형의 독감(신종플루)이 퍼지자 WHO는 ‘제2의 스페인독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세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부랴부랴 백신이 개발됐고 그해 가을부터 각국에 보급됐다. 그러나 역학조사 결과 신종플루 치사율이 계절성 독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어린이나 젊은이 사망자가 꽤 나온 게 초기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사태가 끝날 즈음 WHO는 과잉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늑장 대응으로 사람이 죽게 된 것보다 과잉 대응한 게 낫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때 신종 전염병이 발생한 뒤 5개월 만에 백신이 개발, 보급된 것은 세계 보건 역사에 기록될 만한 현대 의학의 성취였다. 신종플루를 계기로 ‘타미플루’라는 독감치료제가 큰 주목을 받았고 그 뒤 계절성 독감 환자에게 널리 처방되고 있다.
한편 새들이 감염되는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 역시 호시탐탐 인류를 노리고 있다. 원래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사람을 감염시킬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1997년 홍콩에서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6명이 죽으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나 분비물에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고 사람 사이에는 전염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2003년 이후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환자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701명이 감염돼 407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무려 58%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해 닭, 오리 등을 대량으로 매몰한 적이 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사람 감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03 에볼라바이러스(에볼라출혈열)
현미경으로 촬영한 에볼라바이러스(왼쪽).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로잔대학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에볼라 실험 백신을 들고 있다. [CDC, AP=뉴시스]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 습격을 다룬 영화 가운데 여전히 최고라고 평가하는 ‘아웃브레이크’(1995)에 등장하는 ‘모타바바이러스’의 원형이 바로 에볼라바이러스다. 치사율이 90%로 알려진 공포의 대상이다. 1976년 아프리카 중부 자이르(현재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에볼라출혈열은 고열과 구토, 설사, 출혈로 사람이 금세 죽음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다.
당시 자이르에서 358명이 감염돼 325명이 사망했다. 수단에서도 284명이 발병해 151명이 사망했다. 훗날 바이러스 게놈 분석 결과 자이르의 에볼라바이러스와 수단의 에볼라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유형임이 밝혀졌다. 두 곳에서 동시에 해당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바이러스 역시 박쥐가 요람인 것으로 보인다. 자이르의 보건부 장관 응고웨테가 병이 처음 나타난 지역을 흐르는 에볼라(Ebola)강 이름을 따서 에볼라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태가 수습된 뒤에도 아프리카에서는 간헐적으로 에볼라가 등장해 적게는 10명 이내, 많게는 1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한동안 지역 풍토병에 그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2013년 12월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발생해 퍼지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특히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세 나라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2016년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2만864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만1323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약 40%에 달했다.
WHO는 부랴부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에 매진했지만 따가운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1976년 첫 발생 이후 수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여겨 외면하다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뒤 과학자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12월 최초의 에볼라바이러스 백신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04 지카바이러스 (소두증)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AP=뉴시스]
브라질에서 2015년 7월부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뇌가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든 이른바 ‘소두증’ 신생아 출생이 3500여 건 보고된 것이다. 평소의 20배가 넘는 빈도다. 깜짝 놀란 의학계는 원인을 찾다가 연초 지카바이러스가 상륙한 사실에 주목했다. 지카바이러스는 모기가 옮기는데 ‘지카열’이라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 소두증 아기를 낳은 엄마 대다수가 임신 초기 발열과 발진을 겪었다고 진술했고, 양수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태아 가운데 두 명이 초음파검사 결과 소두증으로 나타났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소두증 아기의 신체 조직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지카바이러스는 물론 소두증이라는 말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조사 결과, 이 바이러스가 거의 10년에 걸쳐 남태평양 여러 섬을 돌아 남미 대륙에 상륙해 100만 명 넘게 감염시켰고, 소두증 신생아 수천 명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WHO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 전개에 당황해 2016년 2월 1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의 혈액 시료에서 처음 검출된 바이러스다. 연구자들은 당시 혈액을 채취한 지카(zika) 숲 이름에서 이 바이러스 이름을 따왔다. 지카는 루간다어(우간다의 주요 언어)로 ‘울창하다’는 뜻이다. 추가 연구 결과 숲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두증에 걸린 아이(왼쪽)는 머리가 일반 아이에 비해 현저히 작다. [CDC]
1954년 한 나이지리아인 혈액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뒤 2007년까지 불과 14명에서 감염이 확인됐고 증상도 발열, 두통, 피부발진 등이 며칠 지속되는 정도로 가벼웠다. 이 증상에 과학계는 ‘지카열’이라는 병명을 붙였다. 그런데 2007년부터 바이러스가 동진(東進)을 시작하더니 2015년 남미에 상륙해 임신부 배 속 태아의 뇌신경을 공격해 소두증을 유발하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로 변화했다.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의 관련성이 알려지면서 남미 지역에서는 한동안 여성이 임신을 기피하는 풍조가 생겨났고, 2016년 8월 열린 브라질 리우 올림픽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모기와의 전쟁을 벌인 덕분인지 지카바이러스는 더는 확산하지 않고 수그러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던 2016년 브라질 출장을 다녀온 남성이 양성 판정을 받고 전남대병원 격리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됐다. 매개체인 숲모기가 우리나라에도 살기 때문에 많은 이가 긴장했지만 다행히 국내 숲모기에서는 해당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언제까지나 지카바이러스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여러 백신을 개발해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정복했다. 천연두를 지구에서 퇴출시켰고 홍역과 소아마비도 사라지기 직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즈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인류를 괴롭힌다. 이따금 새로운 바이러스 전염병이 발생해 사람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인류가 지구에 거주하는 한 바이러스의 침략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착잡하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20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