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단계, 최고 수준 ‘심각’ 격상 文 대통령, 범정부 대책회의 주재
정부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방역 당국, 지역 주민이 혼연일치 돼 총력 대응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라며 “전문가 권고에 따라 ‘심각’ 단계로 올려 (방역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심각’ 격상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된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총 네 단계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관심’에서 ‘주의’로 높아졌고, 1주일 뒤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경계’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감염병과 관련해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2009년 11월 신종 플루 확산 당시가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총력 대응도 당부했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포화 상태에 이른 대구 지역의 의료 능력을 보강하고 지원하는 조치도 신속히 강구하고 있다”며 “특히 공공 부문의 자원 뿐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천지 교회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들에게도 집단 행사 자제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신천지 시설을 임시 폐쇄하고, 신도들을 전수조사하며 관리에 나선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라며 “종교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다른 종교와 일반 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타인에게, 그리고 국민 일반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방식의 집단 행사나 행위를 실내 뿐 아니라 옥외에서도 스스로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뢰와 협력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이라며 “우리의 역량을 굳게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 [전문]文대통령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 전·후는 전혀 다른 상황”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습니다.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입니다. 감염자는 최대한 신속하게 확인하여 조기 치료하는 것은 물론 확산을 차단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주민과 전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입니다. 이에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기존의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와 중수본 체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하여 범부처 대응과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해 총력으로 대응하겠습니다.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특별관리지역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주기 바랍니다. 특히, 공공부문의 자원뿐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바랍니다.
엄중한 위기 상황이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통제하고 관리할 충분한 역량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확진되는 환자의 대부분이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는 집단 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방역 체계 속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해 나간다면 외부로의 확산을 지연시키고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확진 환자들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신속한 전수조사와 진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주말 동안 기존의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검사가 완료될 계획이며, 이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 단계로 들어서면 신천지 관련 확진자 증가세는 상당히 진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감염 환자들을 신속하게 가려내어 치료하고, 외부와 철저히 격리하고 보호함으로써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구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신천지 시설을 임시폐쇄하고, 신도들을 전수조사하며 관리에 나선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이는 다른 종교와 일반 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다수가 밀집한 가운데 이뤄지는 행사가 감염병의 확산에 얼마나 위험한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그리고 국민 일반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방식의 집단 행사나 행위를 실내뿐 아니라 옥외에서도 스스로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또한 이미 자발적으로 자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종교단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부도 국민 안전과 국가안위 차원에서 지자체와 함께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강력하고 신속하게 취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 대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했습니다.
호흡기 질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 치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일반 환자에 대해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전화상담·처방과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감염병에 취약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조기 발견을 위한 진단 검사를 대폭 확대하며 확진 환자 증가에 대비하여 가용 병실과 병상을 대폭 확충하는 등 지역사회 방역에 총동원 체제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지자체의 방역 역량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때입니다. 주로 신천지와 관련된 감염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도지사님들께서 앞장서서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지자체가 가진 모든 권한을 행사하여 감염 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여 의료시설과 인력 확충, 취약시설 점검 등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대구시민들과 경북도민들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가와 국민 모두가 여러분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의 위기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나가겠습니다. 특별관리지역으로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일상으로 하루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사회경제적 피해 지원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책은 물론 국회와 함께 협력하여 특단의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와 지자체, 의료진의 노력에 동참해 주셔야 지역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나친 불안을 떨치고, 정부의 조치를 신뢰하고 협조해 주십시오. 온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함께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신뢰와 협력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입니다. 우리의 역량을 굳게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