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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중단하고 교회 잠정 폐쇄…‘코로나19’에 종교계도 비상

입력 | 2020-02-23 17:1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자 종교계는 미사와 예배 등을 중단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3일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온 천주교안동교구는 3월 13일까지 미사를 3주간 중단하고 교구 시설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현지 성지순례를 담당했던 가이드가 투어팀 직원으로 있는 가톨릭신문 서울본사(서울 광진구)도 폐쇄됐다. 안동교구 측은 “미사는 물론 신자가 모이는 모든 모임과 회합, 행사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안동교구는 안동시를 비롯해 의성군, 청송군 등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6개 본당에 4만 4000여명의 신자가 있다.

광주대교구도 3월 5일까지 미사와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 미사가 전면 중단된 것은 1937년 교구 창설 이래 83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대교구장이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에 따른 교구 긴급지침’을 발표하고 미사와 사목회의, 회합 등 모든 모임을 중단하도록 했다. 광주대교구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140개 본당이 있고 신자 수는 36만 3000여명이다. 확진자가 미사를 드린 것으로 알려진 부산 해운대 장산성당과 연제구 토현성당도 잠정적으로 시설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계에서는 부산 해운대 수영로 교회와 동부산교회가 23일부터 교회를 잠정 폐쇄했다. 주일(일요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대체하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동신, 내당, 대봉 교회 등 대구 지역에 이어 전주 바울교회, 더온누리교회도 등 전북 지역 교회들도 23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하고 시설을 통제했다. 전주 바울교회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교회 시설 통제를 알렸다.

영남 지역의 주요 사찰들도 사찰을 폐쇄하거나 법회를 금지했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3월 1일까지 가야산과 해인사를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에 대해 출입을 통제하는 산문(山門) 폐쇄조치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해인사 측은 “3월 1일 이후 코로나 19 확산 정도에 따라 산문 통제 조치를 추가로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에 있는 은해사도 3월 4일까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이 기간 은해사 본사와 말사, 부속기관에서 여는 기도와 법회 등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했다. 부산 금정구의 범어사도 23일부터 코로나 19 사태가 호전될 때까지 모든 대중 법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의 대형 교회와 성당들은 23일 각각 주일 예배와 미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월 말까지 주일예배를 비롯한 핵심 일정을 제외하고는 예배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강동구 명성교회는 예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교인들에게 각종 모임을 자제하라고 할 방침이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신자들이 기존 교회들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돌아 신자가 아닌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건강과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출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신자증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도만 발행하고 있어 사실상 출입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예배는 진행했지만 이후 교단과 대형교회 내에서 예배 중단 등의 조치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