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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오리무중’ 전국 감염에 뒷북 ‘심각’ 경보… 통제력 상실 위기

입력 | 2020-02-24 00:00:00


코로나19(우한 폐렴) 환자 수가 폭증해 600명을 넘기고 6명의 사망자가 나온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심각’ 경보 발령은 처음이다. 이제 방역대책은 국무총리의 지휘하에 감염원 차단에서 피해 완화로 선회하게 되며, 대중교통 운행 제한 등 더 엄격하고 강제적인 조치가 가능해진다. 당장 교육부는 휴업명령권을 발동해 초중고교의 개학을 일주일 연기했다. 전국 단위 개학 연기는 초유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심각’ 경보 발령은 너무 늦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전국 17개 시도와 군부대는 물론 정부청사까지 뚫렸다. 전국 9개 병원 의료진 약 20명이 감염돼 병원 내 감염마저 코앞에 닥친 상황이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경북 주민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자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한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하는 등 12개국이 한국을 코로나 위험국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22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강화된 주의 실시)로 상향했다. 봄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을 계획했던 유학생들을 비롯해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은 혹시라도 고국을 찾았다가 다시 거주국으로 입국하려 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국난(國難)으로 키운 건 선제 대응을 약속하고도 번번이 타이밍을 놓쳐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해 12월 1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지만 정부는 국내 첫 확진환자가 나오고서야 ‘주의’를 발령했다. 전문가들의 거듭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 제안에도 이달 4일에야 후베이발 외국인에 한해 입국을 금지했다. 외교적 경제적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빗장을 과감하게 걸어 잠그지 못해 국내 피해를 키우고 우리 국민이 입국을 제한당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병상과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심각’ 단계에 맞게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가용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에게는 일상의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조그만 증상도 놓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보건소 혹은 선별진료소를 찾아 개인 건강을 지키고 지역사회 감염도 막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초유의 전염병 국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