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인사이드] 서울 용산구 백빈건널목 일대
서울 용산구 ‘땡땡거리’에 놓인 두 개의 철길 건널목 중 한 곳을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뒤로 드라마 ‘블랙독’의 촬영 장소인 국숫집이 보인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처럼 이들이 종종 인사를 나누던 곳, 동훈이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발길을 돌릴 때면 지안이 나타나 작은 위로를 건네던 장면을 찍은 곳은 놀랍게도 서울 한복판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 용산역 광장에서 남서쪽으로 5분가량 걸으면 길을 따라 늘어선 단층 건물들이 보인다. 여기서 ‘땡땡’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눈앞에 철도건널목이 나타난다.
작은 식당과 오래된 가게들이 늘어선 ‘땡땡거리’ 풍경. 멀리 들어선 주상복합건물, 아파트와는 달리 이곳은 1, 2층짜리 낮은 건물이 즐비하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건널목 주위로는 지상 1, 2층의 낮은 건물들뿐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병풍처럼 우뚝 솟은 수십 층짜리 주상복합건물들과 함께 한 컷에 담기에는 매우 이질적인 느낌이 난다. 사실 이곳도 10여 년 전 대단위 개발이 예정돼 있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차량기지 부지 등을 중심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다가 세계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백지화됐다.
그 때문에 이곳에는 낮은 집과 작은 골목이 그대로 남아있다. 낮은 ‘맨션’ 외벽은 담쟁이 덩굴이 뒤덮고 있고, 아이들이 타던 세발자전거가 골목에 놓여 있다. 서울시로부터 ‘오래가게’로 등록된 용산방앗간을 비롯해 여천식당, 한강전기 등 시골 동네에서 봤을 법한 간판들도 짧은 구간에 다닥다닥 모여 있다.
최근에는 땡땡거리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오근내닭갈비 등 숨은 맛집도 적지 않다. 용산구는 이곳에 수년간 비어있던 옛 북한강치안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한강로 소규모체육센터를 조성하기도 했다. 20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안혜정 씨(51·여)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거리에 활기가 돌고 가게에도 손님이 늘었다”면서 “무분별한 주차 문제 등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