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대남병원 의료진 5명이 지난 주말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국내 병원에서 의료진이 한꺼번에 감염된 첫 사례로 이곳은 19일 폐쇄된 상태다.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경남 창원의 한마음병원, 대구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도 폐쇄됐다. 서울 은평성모병원도 한 직원이 증세가 나타난 뒤에도 환자 207명을 옮긴 것으로 드러나 폐쇄됐다. 의료진과 입원 환자들의 2차 감염을 불러올 수 있는 병원 내 감염은 다른 응급환자들까지 치료받기 어렵게 하는 의료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자 정부는 감기 등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화상담 처방도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의사들의 과도한 업무 증가를 막는 한편 병원에서 병을 얻어가는 환자들을 줄이기 위한 의도에서다. 의사가 팩스 등으로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하면 환자들이 약을 받아오는 방식이다. 우리 사회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악몽 같은 ‘병원 내 감염’ 사태를 겪었다. 병원 내 집단 감염은 물론이고 ‘슈퍼전파자’도 병원에서 나왔다.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응급실 폐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의 투혼은 빛나고 있다. 코로나19 거점병원이 된 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을 찾는 인근 지역 의사와 간호사들이 120명 이상이라고 한다. 명예를 위해서도, 영웅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의료진의 손길이 필요한 자리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소명의식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