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23일 밤 기준(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망자 3명을 포함해 155명(사망자 3명 포함)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76명에서 하루 사이에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확진자 중 110명이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인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서 발생했다. 이밖에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에서도 21명,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9명, 로마가 있는 라치오주 3명 등순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롬바르디아, 베네토주 내 11개 마을에 대해 이동 제한령까지 내린 상태다. 이 마을 주민 약 5만3000명은 경찰 관리 하에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외부인도 이 마을에 들어오다 적발되면 벌금이 부과된다. 이밖에도 이탈리아 최대 축제인 베니치아 카니발 중단을 비롯해 프로축구 세리에A 경기가 모두 취소되는 등 이탈리아 전역이 사실상 마비상태가 됐다. 콘테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1개에 몇 유로에 팔리던 손 소독제 4병이 온라인에서 200유로에 팔린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밀라노 남동쪽에 70㎞에 위치한 코도뇨 마을에 살던 38세 남성 A 씨가 최초 확진자이자 ‘슈퍼 전파자’로 보고 있다. 해당 남성은 19일 폐렴 증세로 마을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그와 접촉한 사람들은 물론 해당 병원 의사, 환자 등은 모두 감염됐다.
그러나 정작 A 씨가 최근 중국을 여행하지 않는 등 정확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A 씨가 최근 상하이를 방문했던 친구에게 감염됐다고 봤지만 해당 친구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또 A 씨가 자주 가는 카페에 오는 중국인들도 검사했지만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공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가 사실상 ‘유럽의 우한’이 될 가능성이 생기자 유럽연합(EU) 간 국경 통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 인접국가인 오스트리아 정부는 24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이탈리아 국경 지역에서 출입 관리 강화를 논의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정부는 23일 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해 자국 내로 진입하는 열차 안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나오자 열차 운행을 중단한 후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위스 정부도 검역강화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EU 간 국경 검문제 재도입마저 논의되고 있다. EU 회원국 간 국경은 사실상 ‘프리패스’로 이뤄졌다. 그러나 유럽 우파 정당들이 코로나19 공포를 기회삼아 국경검문을 강화해 불법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 중이다. 유럽의회 의원(MEP)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OECDC)에 일시적 국경 검문 재도입에 대한 자문을 최근 요청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