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미국이 호주에 신종플루 백신 3500만 도스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런 (감염병) 위기 때에는 동맹이 없다”며 “신종플루 사태 당시 우방인 호주, 영국, 캐나다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건 사적 관계에서는 미덕일지라도 공적 관계, 더욱이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스크를 놓고도 미중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나바로 국장은 “시급한 문제는 N95 마스크”라며 “중국이 마스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있고 중국 내 미국 마스크 공장을 국유화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치료에 필요한 물품뿐 아니라 필수 의약품까지 공급망을 해외로 지나치게 많이 이전했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국제사회가 국익이 달린 치열한 전쟁터라는 점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 등 당청에서 쏟아지는 발언들이 너무 안이하게 들린다. 친한 친구라면 병문안도 가고, 병원비도 보태는 것이 선(善)한 행위이다. 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는 다른 가치가 앞선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절대 선(善)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