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7, 28번 환자 퇴원한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퇴원한 3번 환자가 입원했던 음압병실에서 진행됐다. 물론 병실은 깨끗이 소독된 상태다. 그는 “바이러스는 제대로 알면 전혀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라며 “퇴원하는 17번 환자와 포옹을 한 것도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무섭지… 않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초기 방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확산 중이니까 잘 안 믿기겠지만… 솔직히 1단계 방역은 잘했다고 본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분명히 국내로 들어온다고 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가 일본, 싱가포르보다 지역사회 감염이 2, 3주 늦은 게 이런 초기 대응이 잘됐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번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미 전국에 확산됐는데, 시간을 번 게 의미가 있다니?) “그 사이에 진단키트를 개발해 보급하고, 의료기관이 대처할 수 있게 됐으니까. 일본은 진단키트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지금도 하루에 백몇십 명밖에 검사를 못 하고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시간을 벌면서 지금은 몇천 개를 만들어 검사한다. 무기가 쥐여진 거다. 더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걸리면 죽을지 살지 알지도 못하다가 완치돼 퇴원하는 환자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확산은 됐지만 이렇게 치료하면 된다는 지침도 줄 수 있게 됐고… 이게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건데 대부분은 그 의미를 잘 모른다.”
―그렇더라도 지역사회로 전파됐다면 대응에 실패한 것 아닌가.
“우리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초기 검역 등 감염병에 대한 1단계 대응은 100% 차단이 목적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중국 우한처럼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확 번지지 않고, 가두리 양식장처럼 최대한 통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응 시간을 버는 게 목적이다. 물론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나중에는 결국 지역사회로 전파되지만… 감염병이란 게 지역사회 전파가 안 될 수는 없다. 4, 5일간 확진자가 안 나온 소강 기간이 있었는데 그게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방역망 안에서 관리가 되던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안 나온 거고, 빠져나간 사람 사이에서는 감염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 전파를 예상했다는 건가.) “16일쯤부터 시작돼 오늘(19일)쯤 확산 현상이 보일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됐을 때 환자 분류는 어떻게 하고, 진료체계는 어떻게 정하고, 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료진의 감염 보호 문제도 대비하고….”
―감염 의심자의 동선 파악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아무리 정밀하게 해도 모든 동선을 파악할 순 없다. 그래도 감염병 관리법이 바뀌어서 몇 년 전에 비하면 엄청 좋아진 거다. 메르스 때는 진술 외에는 역학조사관이 동선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신용카드, 휴대전화 통신기록, 폐쇄회로(CC)TV 등을 볼 수 있어 중요한 지점은 다 확인이 된다. 범죄자도 영장 없이는 못 보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한 거다. 외신들은 왜 그런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우리는 안 묻더라.” (어느 외신이?) “월스트리트저널… 특집기사를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3번 환자에게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칼레트라)를 투여한 이유는 뭔가.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 제제가 몇 개 안 되는데, 다른 것은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칼레트라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대사 과정을 막아 자라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원리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봤다. 보급이 많이 돼 당장 쓸 수 있기도 했고. 17번 환자는 회복기에 발견돼 투여하지 않았다.”
퇴원하는 17번 환자와 포옹하는 이왕준 이사장.
※중앙임상TF는 20일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로 확대·개편됐다.
―의료진도 사람인데….
“감염에 대한 걱정을 말하는 건가? 우리 병원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바이러스가 몸에 묻지 않도록 훈련해서 별로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바이러스는 눈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나.) “메르스 발생 1년 전인 2014년 ‘감염성 질환 신속 대응팀’을 만들었는데 방호복에 형광물질을 바르고 착·탈복 훈련을 했다. 벗은 뒤 형광카메라를 비춰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제대로 벗을 때까지 무한 반복을 하는 식으로. 바이러스는 절대 무섭지 않다. 알고 준비하면…. 그래서 메르스 때 대체로 잘했는데 패착이 하나 있었다.” (패착?) “훈련과 준비를 감염 관련 인력 수십 명만 한 거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감염병 대비는 전 직원은 물론이고 환자들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그래서 이번에 3번 환자가 확진자라는 보고를 받자마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 하나?) “나한테 브리핑한 거 그대로 직원들에게 통신문으로 보내고, 입원 환자들에게는 500부를 복사해서 일일이 회진하며 돌리라고 했다. 직원,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서 확진자를 치료 중이라는 걸 뒤늦게 뉴스를 보고 알면 두려움이 생긴다. 먼저 연락 받으면 안심하게 되고, 또 그게 정상이다. 그런 모습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한 명도 나가겠다는 환자가 없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이번에도 외래환자가 30∼40% 정도 준 것 같기는 한데….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은 원래 다른 병원에서 내부 반발로 반납한 걸 경기도가 받아달라고 해서 받은 거다. 우리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그런 건 공공병원이 해야지 민간인 우리가 왜 하느냐, 문 닫으려고 그러냐고. 옛날에도 콜레라 돌 때 환자 받았다가 폐쇄된 병원들이 있어서….” (알면서 왜?) “10년 전 이 병원을 인수했을 때 기자들이 전략이 뭐냐고 묻기에 응급 의료에 올인하겠다고 했더니 ‘듣보잡’ 전략이라고 하더라. 당시 응급실은 지금보다 더 의료수가가 낮았고, 다들 적자라고 줄이는 상황이었으니까.” (현실적인 지적 같은데?) “이 지역 인구가 42만 명인데 지역거점병원 역할만 제대로 하면 경영에 지장은 없다. 그런데 왜 안 오냐면 우리 병원을 못 미더워 했으니까. 그나마 오는 사람은 가깝거나, 응급상황이라 다른 데 갈 수 없는 경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간 곳이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집 근처인 한남동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이다. 거기서 응급치료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정말 잘하더라는 믿음을 쌓으면 될 거라 봤다. 그 영역이 감염, 재난, 외상으로 넓어진 거다.”
―다른 병원과 달리 남자 의사들이 모두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던데 홍보 차원인가.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에서 그 모습을 보고 많이들 묻던데… 넥타이란 게 사실 잘 세탁을 안 하는 데다 롱 타이는 길어서 음식물 등이 잘 묻기도 해 감염에 취약하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에서의 롱 타이 착용을 가급적 피하자는 제안도 있고, 실제 균 검출을 보고한 것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비넥타이로 했다.”
―코로나19는 정복될까.
“전파력은 높은데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는다. 치사율이 높으면 숙주가 죽어 바이러스도 살 수 없으니까. 원래 신종 인플루엔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 인플루엔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는) 늘 우리 옆에 남아 있어서 폐렴을 일으키는, 동거하는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