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어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 ‘경고’로 올렸다. CDC는 코로나19의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한국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국무부가 2단계 ‘경계’ 경보를 발령한 지 이틀 만에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이미 한국인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국가가 20여 곳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어느 나라보다 한국과의 인적 교류가 많은 미국까지 한국인 입국 제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각국이 한국인에게 빗장을 걸거나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코로나19 감염국이 된 이상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우리 국민이 불편과 불쾌를 감수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난데없는 수모를 겪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 국민이 이스라엘에서 타고 간 비행기 편에 되돌려 보내지고 모리셔스에서 도착하자마자 격리 조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앞으로 미국까지 입국 제한에 나서고 다른 주요국들도 비슷한 조치를 할 경우 우리 국민은 더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의 보호를 책임진 외교부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는 지난달 말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로 올린 이래 아무런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이 외국 공항에서 문전박대당하기 전에 통보라도 제대로 받았는지, 동향 파악이라도 했는지조차 의문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 참석차 출장 중인 강경화 장관의 부재(不在)가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