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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데이터는 돈… 수집-분석 능력따라 기업 비용절감 직결”

입력 | 2020-02-26 03:00:00

본보-채널A 에너지 비즈니스 좌담회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과 에너지 비즈니스의 미래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력, 에너지 시장의 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지섭 크로커스에너지 대표, 한승준 포스코ICT 부장, 조민진 한국전력 빅데이터기획실 실장, 송용학 삼성SDS 상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러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유리를 생산하는 C사는 지난해부터 연간 10억 원 이상의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다. 스타트업 크로커스에너지의 인공지능(AI) 기반 전력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다. AI 기술을 장착한 시스템이 알아서 시간대와 환경에 맞도록 가장 저렴한 전압으로 맞춘 덕분에 공정이나 전력 사용 방식을 일일이 바꾸지 않아도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철을 녹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다시 전기로 바꾸는 발전시설은 값비싼 질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에 따라 운영비가 달라진다. 포스코는 그동안 현장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으로 질소 투입량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포스코ICT와 포스코에너지가 함께 만든 AI 기반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시스템이 적정량의 질소 투입을 자동으로 하고 있다. 사람의 경험치에 의존했을 경우의 오차를 줄이고 자체 발전 비용도 절감한 셈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과 에너지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처럼 데이터 수집·분석 노력이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매년 이뤄지던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를 대체한 것이다.

조민진 한국전력 빅데이터기획실 실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진화하면서 전력, 에너지 시장에서 발생하는 작은 데이터라도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전기 소비 관련 데이터가 수집된 ‘켑코(KEPCO)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지난해 정식으로 출범했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 승인 절차를 거쳐 비식별 조치된 전력 소비 관련 개인정보를 외부 스타트업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시기와 상황에 따른 전력소비량을 수집, 분석해 기업의 신용평가 기준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 모델 등이 있다. 조 실장은 “공장의 실시간 전력 소비 현황과 추이는 1년에 한 번 나오는 재무제표보다 기업의 성과를 파악하는 데 효율적인 데이터”라며 “신용평가 시 얼마든지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섭 크로커스에너지 대표는 스타트업이 발전·에너지 시장에서 데이터 분석시스템만으로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다. 크로커스에너지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낮은 전압의 비싼 전기가 들어오고 반대 상황에는 높은 전압의 싼 전기가 들어온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간대마다 적절한 전압의 전기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기업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임 대표는 “기업과 기관이 최첨단 전력 데이터 수집 하드웨어를 갖췄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업화를 결심했다”며 “간단한 전력 소프트웨어 작업만으로도 연간 최소 5%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SDS는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기업 데이터센터와 대형 빌딩에서도 전력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전·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를 축적하는 곳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2035년이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이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송용학 삼성SDS 상무는 “데이터센터 1개의 전력 소비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면 연간 8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며 “전 세계 수천 개의 데이터센터는 물론이고 각종 대형 빌딩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엄청난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ICT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 포스코에너지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포스코에너지와 공동 운영하는 인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 5∼9호기가 대표적이다. 포스코ICT는 2017년부터 ICT 기술을 발전소 현장에 적용해 실시간으로 발전 효율과 고장 가능성 등을 전달받으면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발전기의 모터, 펌프, 터빈 등 주요 설비의 온도, 진동 압력 등 다양한 현장 데이터가 수집돼 즉시 전달되는 형태다.

참석자들은 전력, 에너지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이 각 가정의 전기요금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승준 포스코ICT 부장은 “우선 기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전력 소비 효율화 사업이 안착된다면 이후 각 가정에도 전기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이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