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코로나19’ 여파 창업계도 몸살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68)은 25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 예정이던 이번 달 ‘고벤처포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취소했다. 고벤처포럼은 2007년 3월부터 매월 창업팀과 액셀러레이터, 벤처투자사(VC) 등 300∼400여 명이 모여 신규 창업 서비스를 설명하고 실제 투자 유치가 이뤄지는 장이다. 고 회장은 “이번 포럼에도 4개 창업팀이 발표하고 7개 VC가 투자 검토에 나설 예정이었다”며 “이런 투자 행사가 계속 취소되면 창업계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14일 NH농협은행의 데모데이와 6일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데모데이 행사도 취소됐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공지를 통해 “이미 1000명 가까운 분들이 신청해 주셨는데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참석하시는 분들의 안전도 중요했다”고 밝혔다. 원래는 대부분 100∼1000여 명 규모로 진행됐을 행사들이다.
2, 3월은 연말과 설 명절 연휴를 지나 새해 스타트업 투자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업계에서는 특히 창업 1, 2년 안팎 스타트업들의 아쉬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프라이머 데모데이에 선정돼 발표를 준비해 왔던 중고명품 거래 스타트업 쿠돈의 이경표 대표는 “초기 B2C 스타트업에는 이처럼 대형 펀딩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업계에서 신뢰도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프라인 사업·투자 설명회가 취소되면서 스타트업들은 개별적으로 투자자 대상 온라인 설명회를 여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생방송 플랫폼을 개발한 리모트몬스터의 최진호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미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처음 투자자들과 접촉할 때부터 온라인 설명회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초부터 이마트와 롯데쇼핑,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대출 및 투자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마저 신용등급이 깎여 대출이 막히는데 스타트업은 아예 돈줄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창업 시장 전반에 팽배해지고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 벤처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떨어져 신용등급이 깎이면 기존 지식재산권(IP) 담보 대출도 어렵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잇따르는데 스타트업 업계 투자 사정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