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중 웃음소리 들린 청와대… 우한코로나 방역 최악 실패국 신천지에서 멈춘 역학 조사… 중국 감염원 밝혀질까 두렵나 추경 앞서 대통령 사과해야
송평인 논설위원
우한 코로나가 돌기 시작하자 김정숙 여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말이 들렸다. 다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타면 주변에서 말려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나타나 예상했던 이상을 보여줬다. 고작 짜파구리 만드는 데 이연복이라는 유명 셰프를 대동하고 재래시장에 들러 장까지 봤다.
경제만 거지꼴이 아니고 나라가 거지꼴이다.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 다음으로 많다. 크루즈선 확진자 약 700명을 포함한 일본보다 많다. 크루즈선 확진자를 빼면 크루즈선 확진자 수 이상 차이 나는 압도적인 2위다. 한국이 또 하나의 우한(another Wuhan) 취급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주민 시위에 관광 온 한국인들을 자기들 돈으로 전세기를 마련해 돌려보냈고, 모리셔스에서는 신혼여행을 간 부부들이 느닷없이 격리돼 허름한 숙소에 갇혔다. 중국 산둥성은 한국인 입국자를 강제 격리했다. 미국 등은 한국 여행경보를 최고로 올렸다.
방역은 첫째도 감염원 차단이고, 마지막도 감염원 차단이다. 미국은 이 단순한 원칙에 따라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크루즈선 확진자를 뺀 자국민 확진자를 30명대에 잡아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아 2, 3위 확진국이 됐다. 일본이야 도쿄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중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국민적 대의(大義)가 있다. 한국으로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찾아주면 좋지만 왜 조만간 꼭 와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미국은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면서도 빌 게이츠 같은 민간 기업인이 중국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우리는 위정자들이 궁지에 처한 중국을 돕는 것과 방역을 위해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 결과 우한 꼴이 나고 결국 중국에 마스크 보내는 도움조차 어려워졌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감염 실태가 드러나고 있으나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신천지 교주 형의 장례식이 청도대남병원에서 치러진 사실을 고리로 양쪽을 관련짓는가 싶더니 흐지부지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자가 많아 검사와 치료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추적해서 찾아봐야 감염원이 중국인이나 중국인으로부터의 2, 3차 감염자로 나온다면 정부만 곤란해지는 상황이다. 신천지에서 더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절차를 강화한 후에도 입국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60∼70%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잠재적 감염원으로는 천문학적일 정도로 많은 숫자다. 정부는 중국 입국자 중 20%가량이 한국인이고 이런 한국인이 오히려 더 ‘밝혀지지 않은 감염원’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한국인은 추적이 가능하다. 중국인은 추적이 어렵다. 방역을 아예 포기하면 모르되 방역을 한다면 이제라도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
추경은 해야 한다. 하지만 추경을 요구하는 자세가 고약하다. 중국 다음 가는 최악의 방역 실패에 사과 한마디가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회의에서 우한 코로나 사태 악화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을 했다. 그것은 대통령 대신 할 수 있는 말도 아니고 회의석상에 앉아서 무성의하게 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추경에 필요한 돈은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중히 사죄하고 추경을 당부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