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과, 응급실에서 인턴 동기들이 너무나도 적은 인력으로 일하는 모습을 격리된 채 멀찌감치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무증상 인턴들의 격리 해제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이날은 격리 8일째. 국가에서 정한 격리 기간은 14일이다.
김 씨는 “잠복기가 3∼7일 이내인 만큼 힘드시더라도 저희의 격리 해제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인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해 병원에 조기 복귀를 호소한 것이다.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격리된 인턴 대부분은 무증상으로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나왔다”며 “현장에 있는 동료들의 고생이 심해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 빨리 복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오후 2시 응급실을 찾은 40대 남성이 확진자로 판명돼 접촉자로 분류됐다. 환자와 2m가량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에는 12명의 인턴이 근무하는데 대부분 격리돼 현재 4명이 지키고 있다.
대구 지역 의료진은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가 격리된 의료진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다른 응급환자를 보는 것도 힘겨워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24일부터 대구 지역으로 가서 환자를 돌볼 의료 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모집 인력은 의사 40명 등 약 260명. 하지만 25일 오전 10시까지 지원한 의사는 6명에 그쳤다.
▼ 대구의사회 회장 “선후배들, 격리병원-응급실로 달려와 달라” ▼
대구 병원 인턴의 호소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날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대구경북 지역 의사 5700여 명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은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라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지금 대구는 유사 이래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아 일손이 턱없이 모자란다”며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달려와 달라”고 요청했다. 또 “우리 모두 생명을 존중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선후배 형제로서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소명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구는 우리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가 매일을 살아내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공포와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의사들만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우리도 똑같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이나 우리 의사들이 최전선의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며 울먹였다.
다행히 이 회장의 호소문 발표 후 지역 의료진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대구시 의사 60여 명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
한 의료진은 “피부과를 전공으로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수습에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지원할 만한 일이 있겠느냐”고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대구시에는 발열을 체크하는 체온계와 마스크 지원도 절실하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돈이 있어도 마스크, 체온계, 손 소독제, 고글 등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에 소재한 한 마스크 업체는 “대구시 사정이 좋지 않아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며 대구시의사회 측에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호소문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모금 운동도 일어났다. 황규석 서울 강남구의사회 회장은 “호소문에 감명을 받았다”며 3000만 원 기부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 회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지원을 와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지역사회 감염 상태라 그분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선뜻 요청을 못하겠다”며 “일단 대구시 내 자원봉사자들로 조를 짜서 우리끼리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지원 문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특별대책팀(044-202-3247), 대구시의사회(053-953-0033∼5)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전주영·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