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보울스. 스포츠동아DB
안양 KGC 센터 덴젤 보울스(31·208㎝)는 2011년 제임스 매디슨 대를 졸업할 때만해도 좋은 체격조건에 힘, 운동능력에 슈팅 능력까지 갖춰 해외리그 스카우트들에게 꽤 주목을 받았다. 장신 센터의 선호도가 세계 어느 리그보다 높은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내 스카우트는 물론이고 감독들 중에서도 보울스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KBL에 오기에는 보울스의 몸값이 너무 높았다. 실제로 그는 대학 졸업 후 리투아니아, 중국 등 국내보다 대우가 좋은 리그에서 경력을 쌓았다.
● 보울스를 갉아먹은 게으름
보울스는 대학 때부터 따라다닌 문제점이 있었다. 게으름이다. 가는 곳마다 게으르다는 평이 뒤따랐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재능을 가졌음에도 한창 기량을 발전시켜야 할 나이에 거꾸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상위리그로 진출하지 못한 채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레바논 등을 전전했다. 해가 갈수록 체중도 불어났다. 대학 졸업 이후 체중이 20㎏가량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국내 구단들도 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KGC 김승기 감독(49)은 지난해 필리핀 출장 중 보울스가 뛴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김 감독은 “살이 쪄서 트랜지션이 안되는데도 원래 실력이 있어서인지 득점은 잘 하더라. 공격력하나는 살아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달 크리스 맥컬러(25·208㎝)가 무릎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김 감독이 보울스를 대체선수로 선택한 결정적 계기다.
● “운동할 때만 집중해줘. 그럼 퇴출 안 시켜”
보울스는 KGC 입단 후 두 번째 경기였던 2일 원주 DB와의 원정경기(95-103패)에서 31점·12리바운드·8어시스트의 활약을 펼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김 감독의 속은 타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보울스의 게으름이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팀 훈련을 거부하고 오로지 게임만 뛰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김 감독은 보울스의 퇴출까지 고려했다.
김 감독은 “아예 뛰지를 않는다. DB와의 경기에서 31점을 넣었지만, 거의 걸어 다녔다. 국내선수들이 한발 더 뛰었기 때문에 접전이 가능했던 거다. 이렇게 게으를 수가 있나 싶다. 쉬는 날에는 집 밖에 나가지도 않고 죄다 배달시켜 먹는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울스와 면담을 했다. 훈련, 경기 때만은 집중하고 열심히 뛰면 게으른 거, 체중 감량에 대해 아무 말 안하겠다고 했다. 본인도 이를 잘 받아들였고 나도 믿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A매치 휴식기 동안 동료인 브랜든 브라운(35·194㎝)이 미국으로 휴가를 떠난 사이에도 보울스는 동료들과 팀 훈련을 소화하고 연습경기에 나섰다.
김 감독은 “처음 왔을 때에 비해서는 몸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그 살찐 몸으로도 점프를 하고 득점을 올릴 만큼 재능은 확실한 선수다”며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우리 팀에 좋은 공격옵션이 될 것이다. 본인도 내 마음을 알고 있다”고 믿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