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임대계약기간 연장·전월세 상한제 추진 “도시 파괴하는 확실한 방법” 경제학자 의견 일치
김광현 논설위원
지난달 30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시의회는 향후 5년간 주택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임대료 동결법’을 통과시켰다. 이미 올리기로 합의했더라도 2014년 이후 지어진 집이라면 작년 6월 정해진 임대료를 5년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베를린시는 사회민주당, 좌파당, 녹색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과거 동독 공산당 후신인 좌파당이 법안을 주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앞으로 10년간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거비용 급등으로 노숙인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다.
주택시장에 몰고 올 파장을 감안하면 이 정도 큰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최소한 주택정책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사전 실무협의가 있어야 한다. 발표장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배석하는 것이 당연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직후 한창 도덕성 논란을 빚을 무렵이라 그런지 부처 간 협의도 없었고 관련 부처 장관도 배석하지 않았다. 발표 후 국토부는 “사전 협의는 없었지만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게 고작이었다.
부동산 정책에 관련한 실질적 수단 즉 세제 예산 금융을 주무르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꿀 먹은 벙어리이긴 마찬가지다. 다른 모든 정책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코로나19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조만간 터져 나올 사안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해외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유일하게 보낸 곳이 베를린이고 최근 강남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어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임대료 상한제나 계약갱신기간 확대는 다른 가격 통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당장 혜택을 보는 유권자가 많고, 약자들 편에 선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착한 정책’이다.
그렇다고 결과까지 착하지는 않다는 ‘선의의 역설’은 이미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입증됐고 근래에는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대체로 정치인들이 앞장선 경제 정책은 끝이 좋지 않다. ‘장기적’으로 도시가 파괴되고 ‘결국’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당장’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양잿물도 마실 수 있다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정신 차린 유권자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