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 뉴고려병원이 호흡기 질환자를 위해 설치한 ‘안심 외래진료소’(왼쪽 사진). 인천의료원은 직원식당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식사예절을 선보이고 있다. 김포=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코로나19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한 달이 지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밝혀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전파력은 높지만 메르스(30%)나 사스(10%)에 비해 치사율이 현저히 낮다. 물론 기존 독감(0.05%)에 비해 치사율이 20배 높지만, 에이즈·에볼라 치료제로 폐렴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경북 청도대남병원 입원 환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오랫동안 폐쇄 공간에서 지낸 데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정부는 환자 급증에 대비해 임상 근거가 확보된 치료제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한시 허용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대한의사협회도 받아들여 지역사회 확산이 이뤄진 곳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많은 만성질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병원 가기를 꺼리고 있다. 전화 상담이 없다면 이들은 마음 편히 처방을 받을 길이 없다. 환자가 원하면 주치의는 스마트폰의 화상통화로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전화 처방과 더불어 약 배달을 통해 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전화 상담으로 생길 수 있는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병원에 지원해 줘야 한다.
의심 환자들은 중증 환자들이 몰리는 대형병원보다 호흡기 환자들의 동선을 분리한 국민안심병원 또는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한다. 정부가 지정한 국민안심병원은 26일 현재 뉴고려병원 일산백병원 검단탑병원 부산대동병원 이춘택병원 등 90여 곳이다. 정부는 국민안심병원을 500곳 이상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마스크는 지금도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2배 이상 올랐다. 정부는 뒤늦게 마스크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조차 진작 했어야 할 조치였다며 만시지탄이라고 한다. 마스크는 환자부터 착용해야 한다. 8번 확진 환자의 경우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한 덕에 접촉자가 100명이 넘었음에도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접촉자 중에는 8번 환자의 아들도 있었다. 환자들을 대면하는 의료진에게도 마스크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일반인들은 마스크 사재기를 해선 안 되고, 사람이 뜸한 야외에서 마스크를 써 낭비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기침예절과 더불어 식사예절도 중요하다. 병원 또는 회사 구내식당에서는 짧은 점심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하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천의료원이 만든 식사예절을 참고할 만하다. 이 병원은 점심시간을 1시간 더 늘렸다. 식당 이용자들을 분산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테이블에 앉을 때는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마주 보지 않도록 엇갈려 앉는다. 또 식사 내내 대화를 금지하고, 식사가 끝나면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모든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러 사람이 식사할 때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다.
환자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많은 환자들이 본인도 모르게 병에 걸렸음에도 죄책감에 빠지기 쉽다. 특히 사회적 비난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보듬고 용기를 줘야 한다. 환자들에 대해 마녀사냥식의 비판만 하면 감염자들이 숨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해 그저 참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