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복병을 만난 한국은행이 일단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후 지난해 11월과 올해 1, 2월까지 3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하지만 한은은 일단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14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에게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시장에서 2월 동결을 예고한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또다시 금리 인하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가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동결은 인하 시점을 4월로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한 뒤 내놓은 첫 번째 전망치로, 한은이 코로나19에 따른 연간 경제성장률 감소치를 0.2%포인트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국내외 기관들이 이미 1%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한은이 경기를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5~1.8%로 보고 있으며, JP모건은 1.8% 성장을 점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도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