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의 실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만 명이 넘을 것이다. 정부의 대응은 완전히 실패했다.”
일본 비영리 의료단체 ‘일본 의료거버넌스 연구소’의 가미 마사히로(上昌広·51) 이사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의 3711명 탑승객 중 고령자 4명이 숨졌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 의한 완벽한 희생자”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과거 도쿄대 의료과학연구소 특임교수를 지낸 그는 미생물 감염학 전문의로 NHK, TBS,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정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PCR) 검사 실시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7월 말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감염자 수가 많지 않도록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일본 특유의 ‘손타쿠(忖度·윗사람의 생각을 헤아려 행동하는 것)’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 대한 일본의 대처는 왜 실패인가.
-직접 승선해 내부를 살폈던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郞) 고베대 감염증 내과 교수도 검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전문가가 본 시선이 맞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어느샌가 이와타 교수를 공격하는 일본 내 분위기가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코로나19 검사 건수 축소 의혹이 일고 있을 정도로 검사 건수가 적다. 26일 현재 1890건으로, 크루즈선 검사를 합쳐도 5784건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5만7990건, 27일 9시 기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 일본 내 감염자수는 918명(27일 오후 9시 현재)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무증상 환자들도 많아 모르는 사이 감염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1만 명 그 이상일 수 있다. 일반 인플루엔자의 경우 일본 내 환자가 한 해 1000만 명 수준이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현재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감염증연구소, 전국 검역소 등에서 하루 최대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상이 26일 국회에서 밝힌 답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약 6300건으로, 하루 평균 900건 검사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는 현재 민간 병원보다 관 위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대상자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 △유행 지역 출국 이력이 있는 사람 △37.5도 이상 발열이 4일 이상(고령자는 2일) 지속 등을 기준으로 제한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체온이 37.3도인데 검사를 받지 못한 여성 직장인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 등 여당 내 인사들도 “일본 검사량이 너무 적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가와우치 히로시(川內博史) 중의원(입헌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감염자수를 억제하기 위해 검사를 안 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가토 후생상은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왜 검사 건수가 적나.
아베 총리는 25일 대책회의에서 환자 급증 지역에 한해 감염자를 일반 병원서도 수용하도록 지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음 달에는 단시간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새로운 기계 도입도 예정됐다. 현재 6시간 검사를 30분 내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후생노동성 간부를 인용해 “도쿄올림픽까지 얼마나 감염을 억제할지 지금부터 고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계 1대 가격이 수천 만 원으로 민간 병원 등에서 손쉽게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가미 이사장은 “(현재 민간병원에 있는) 기계로도 할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검사량을 늘릴 수 있다. 정부가 (검사를) 안 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논의를 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 사회가 ‘패닉’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