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홍역, 인플루엔자, 코로나19… 새 질병 출현 때마다 해법 찾아내 中과 다른 확산 양상… 공포감 떨쳐야
이종구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첫 번째 도전은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공포감이었다. 유입된 지 6주 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 아닐까란 우려와 비관적 생각보다는, 그동안 신종 감염병의 도전을 잘 극복해 왔던 사례를 보면서 ‘이번에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이 이 싸움에서 이기는 대응법이다.
두 번째 도전은 콜레라 유행이었다. 콜레라 발생의 가설은 ‘외부에서 들어온다’는 것이다. 기내 화장실 대변을 뒤지고 입국자의 설사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대책이었다. 약국, 병원을 설사 신고 기관으로 정하고 여름에는 비상 대기했다. 체계를 바꾸는 데 증거가 필요했다. 해양 생태계에 콜레라가 항상 존재한다는 가설에 입각해 해안 의료기관을 보초 감시 기관으로 지정해 매일 관리하고 검사하는 것이었다. 다음 해 콜레라는 이 감시망에 잡혀 환자 발생이 최소로 줄었다. 콜레라는 자체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방 보건공무원을 1년간 전염병 관리 교육을 시켜 대응 인력으로 활용했다. 벌써 5000명 이상의 훈련된 인력이 전국 보건소에 산재해 있다. 이들이 일선의 전염병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근거에 입각한 감시망, 역학조사관, 전염병 관리 인력이 우리의 자산이다. 조기 경보, 조기 진단,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법이 도입됐다.
네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염병인 결핵과의 싸움이다. 1965년 인구의 5%가량이 환자였다. 1차 보건의료 보건소망은 매우 유효했다. 발병률이 1%대로 떨어졌다. 전 국민 건강보험은 상황을 변화시켰다. 의료기관 치료는 환자 관리에 혼선이 생겼다. 10년 이상이 걸려 체계를 개편했다. 균 소유권도 없어 BCG 백신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그래서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란 새로운 모형을 만들고 백신의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이제는 폐결핵의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유입 감염병 및 병원 감염과의 싸움이다. 매년 300∼500여 명의 유입 감염병 환자 중 열대 말라리아는 과제였다. 이는 희귀 의약품 공급으로 해결됐다. 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열 감지 카메라가 등장했고 검역과 국내 전염병 관리를 일원화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바이러스는 병원의 열악한 조건을 파고들어 중중 폐렴 환자를 다수 만들었다. 20%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슈퍼 전파자’도 큰 요인이었다. 병원 감염 예방과 유입 감염병 대처를 위한 대안과 조직이 마련됐다.
이번의 코로나19 감염은 또 다른 도전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질병은 중국에서 가족 내 감염과 보건의료인 감염으로 증폭되어 다른 도시로 퍼져 나갔다. 밀접 접촉자 추적조사와 조기 격리, 의료인 감염 예방, 발열 클리닉과 전문 치료 조직 운영, 사회적 거리 두기, 개인위생과 주민들의 격리 참여가 주된 정책이다. 우한은 초기 의료인 감염과 환자 급증이 병원 시스템을 마비시켜 사망률을 높였고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기 선언을 했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다른 현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종교집회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는 중이고 취약자가 많은 요양시설에서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감염병인 만큼 치밀한 계획하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신속한 추적과 격리, 요양시설 감염병 예방,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사회적 거리 두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중환자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이종구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